인명 피해 컸던 2층서 타일 작업한 인부
“빠져 나오는 동안 폭발음 여러 번 들어”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 찼어요. 그 뒤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이 없어요."
29일 경기 이천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A씨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화재가 난 건물 맞은편 공터에서 현장을 바라보는 A씨는 검게 그을린 마스크와 작업용 장갑을 벗고 마치 넋이 나간 듯했다.
A씨에 따르면 화재는 지하 2층에서 발생했으며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가 건물 안팎을 뒤덮었다. 건물 2층 계단에서 타일 작업을 하던 A씨는 계단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검은 연기를 보자마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부랴부랴 바깥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A씨는 “건물을 향해 맞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창문으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가 건물 안으로 도로 들어가 피해가 큰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연기 때문에 계단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떻게 바깥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뒤도 돌아볼 틈도 없이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 안으로 들이 찼다"고 긴박한 순간을 회고했다.
A씨가 작업한 공간은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2층. “2층에서 작업을 했는데 바로 근처에서만 3명의 근로자가 함께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어디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A씨는 안타까워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화재 당시 폭발음도 이어졌다. A씨는 “대피하는 도중에 여러 차례 폭발음도 들었다”고 전했다. 불이 났을 때 바로 맞은편 건물에 있었다는 B씨는 “최소 10여차례 이상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건물은 새빨간 화염과 검은 연기에 뒤덮인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는 "하필 건물 맞은편에서 바람이 불면서 연기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며 "인명피해가 너무 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화재 발생 직후 유증기가 폭발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발화 지점인 지하2층 작업자들은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타고 불이 확산되면서 희생자들은 사실상 밀폐된 공간에 갇혀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수습된 시신을 보면 옷이 다 탄 걸로 봐서 폭발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천=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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