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이후 평범했던 일상이 마비된 지도 벌써 100일을 넘어섰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꿋꿋이 버텨왔건만, 최장 6일의 황금연휴 앞에서 엉덩이가 들썩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으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법. 무턱대고 집 밖 탈출을 꿈꾸기 보다, 연휴가 끝난 뒤 차츰 다가올 ‘일상 방역’으로의 전환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움츠렸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쭉 펴볼 수 있는 책들과 함께 말이다. 교보문고 베테랑 MD들의 추천을 받아 이른바 ‘백신도서’들을 준비해봤다.
<도움 주신 분 : 교보문고 이익재(인문), 한지수(에세이), 구환회(소설), 장은해(여행), 안병훈(과학),진기쁨(건강), 황은정(취미 실용) MD>
◇’확찐자’ 한탄 말고, 인생 체력 키우자
“확진자가 줄어들어 너무 다행스럽지만, 그 사이 저는 ‘확찐자’가 됐네요.” 코로나19 이후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중 증가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평소보다 외부 활동량은 줄고 집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다 보니 살이 찔 수 밖에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해보지만, 바이러스의 위협에도 결연히 살아남았는데 운동 앞에서 약해지는 건 괜히 자존심이 상한다. 운동기구는 옷걸이로 전락했고 홈트(홈트레이닝)조차 귀찮아지는 이들이라면, 한지수 에세이 담당 MD가 추천하는 ‘마녀체력’(남해의봄날),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휴머니스트)를 집어 들어보자.
두 책은 한때 저질 체력이었던 여성 저자들이 ‘제대로 살기 위해’ 분투하며 쓴 운동 장려 에세이다. 여성들이 운동을 한다고 해서 다이어트 요령을 알려줄 거라 기대했다면 시대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편견이다. 두 사람에게 운동은 몸과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일과 삶의 성취를 이뤄나가기 위한, 인생의 체력을 다져나가는 훈련이다. 코로나19로 ‘건강하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는 요즘. 책으로 운동 욕구 제대로 살렸다면, ‘살’보다 ‘삶’을 위해 스쿼트 자세 한번이라도 더 시도해보자.
◇코로나블루에 특효, 식물과 꽃의 위안
요새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에 들어온 게 있다. 몇 년 전 선물 받은 화초다. 일주일에 한번 물 주는 것조차 까먹을 만큼 존재 자체를 잊은 적도 많았는데 용케 살아 남아 있다니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 이처럼 코로나19는 바쁜 일상에서는 외면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안겨줬다. 식물을 돌보고, 향긋한 꽃 내음에 취하고, 가만히 앉아 명상을 통해 숨을 고르는 일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지켜갔으면 하는 소중한 일상이 돼버렸다.
안병훈 과학 담당 MD가 추천한 ‘식물의 책’(책읽는수요일)에는 책장마다 싱그러운 정원이 펼쳐진다. 식물세밀화가인 저자는 반려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식물의 사연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원산지나, 생김새, 학명부터 공부해보라는 것. 묵묵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식물과 매일 눈을 마주치는 것도 잊지 말자. 식물 키우는 게 버겁다면, 꽃 사진 가득 담긴 ‘오늘 나를 위한 꽃을’(위즈덤하우스)과 같은 ‘꽃 책’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평생 시들지 않는 책장의 꽃다발이 돼줄 것이다.
◇불안의 시대,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여라
언제든 또 공격에 나설지 모르는 감염병.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데서 오는 불안은 인간을 위축시킨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믿는 일뿐. 당장 인간들은 서로를 연대하고, 지지하며 살아남아 있지 않나. 각자 내면의 힘을 단련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이익재 인문 분야 MD가 추천한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스노우폭스북스)와 ‘참선 매뉴얼’(나무의마음)은 명상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입문서다.
두 책 모두 명상 수련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주는 데, 일단 생각 중독의 상태를 멈추고 머리부터 비워야 한다. 어떤 스트레스가 닥쳐와도 동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의 평정을 찾을 때까지 의식을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는 곧 가라앉는다. 두 책은 말한다. 명상은 의식과 삶이 새로 태어나는 길이라고.
◇마음방역에도 유용한 대가들의 ‘선한’ 이야기
연휴가 유독 길어 더 야속하지만, 이럴 때 여유 있게 이야기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수 있다. 구환회 소설 담당 MD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2권을 추천했다.
히가시노의 ‘녹나무의 파수꾼’(소미미디어)은 소원을 100% 들어준다는 신비한 녹나무를 둘러싼 인간의 선의(善意)를 그려낸다. ‘빅 픽처’ 등으로 사랑 받은 서스펜스의 대명사 케네디가 동화 작가로 깜짝 변신한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밝은세상)는 자폐증이 있지만 타인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아이 오로르가 찾아 나선 행복한 세상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이름만 봐도 믿음이 가는데, 대가들이 전하는 선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더 마음이 동한다.
◇그래도 떠나고 싶다면, 여행 책으로 대리만족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화창한 날씨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 못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 그나마 국내 여행은 조금씩 숨통이 트일지 모르나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 장은혜 여행 담당 MD가 추천한 여행책으로 대리만족하며 탈출 욕구를 진정시켜보자.
‘나를 부르는 숲’(까치)은 세계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이 총 3,500km에 달하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하는 여정을 담았다. 온갖 위험 속에서도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저자의 발걸음을 좇다 보면, 어느새 저자를 따라 숲 속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혼자, 천천히, 북유럽’(상상출판)은 북유럽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일상을 섬세한 드로잉으로 그려낸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한여름일 때 북유럽을 찾았다. 덕분에 늦은 밤까지 해가 지지 않아 새벽에 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백야의 반짝거리는 절경이 책 곳곳에 녹아 들었다. 하얀 밤의 도시들을 가득 품은 213점의 손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북유럽의 풍광과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확찐자’ 한탄 말고, 인생 체력 키우자
마녀체력 (이영미 지음, 남해의 봄날)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신한슬 지음, 휴머니스트)
나는 한 달에 1kg만 빼기로 했다(이지은 지음, 북스고)
하체 밸런스 스트레칭(다카하시 유키 지음, 포레스트 북스)
죄수운동법(폴웨이드 지음, 비타북스)
◇코로나블루에 특효, 식물과 꽃의 위안
식물의 책(이소영 지음, 책읽는 수요일)
오늘, 나를 위한 꽃을(오유미 지음, 위즈덤하우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송한나 지음, 책밥)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임이랑 지음, 바다출판사)
나무의 시간(김민식 지음, b.read(브레드)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신미경 지음, 뜻밖)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정재경 지음, 생각정거장)
◇불안의 시대,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여라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앤디 퍼디컴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참선매뉴얼(테오도르 준 박 지음, 나무의 마음)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정재은 지음, 앤의 서재)
철학으로 휴식하라(안광복 지음, 사계절)
마음의 요가(스와미 비베카난다 지음, 판미동)
◇마음방역에도 유용한 ‘선한’ 이야기
녹나무의 파수꾼(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소미미디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밝은세상)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금이 지음, 창비)
피프티 피플(정세랑 지음, 창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 지음, 시공사)
◇그래도 떠나고 싶다면, 여행 책으로 대리만족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지음, 까치)
혼자, 천천히, 북유럽(김현길(리모) 지음, 상상출판)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거에요(구작가 지음, 위즈덤하우스)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양정무 지음, 사회평론)
옛그림으로 본 서울(최열 지음, 혜화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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