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원인 불명의 ‘어린이 괴질’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 환자들은 가와사키병(심장 이상을 초래하는 소아 급성 열성 질환)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으며,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양성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같은 사례는 발견된 바 없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인 소아 3명이 희귀한 염증성 질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6개월~8세 사이로 심장 염증 증세와 고열을 앓았다. 1명은 퇴원했지만, 다른 2명은 중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의 소아 류마티스ㆍ면역의학과 전문의 마크 고릴릭 박사는 이들의 증상이 앞서 영국에서 보고된 염증성 질환과 비슷하다면서 “지금 우리는 이 질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와사키병은 아니지만 발병 원리가 비슷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외신들은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유사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영국 가디언은 최근 영국에서도 어린이 환자 12명 이상이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염증성 질환 증세를 보였으며, 이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지난 3주간 영국 전역에서 유사 증세를 보인 소아 환자 수가 명백히 증가했다면서 의료기관에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호주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일평균 1건의 가와사키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행히 호주에서는 이 환자들 중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경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에서 ‘어린이 괴질’ 환자가 잇따라 보고된 데다, 코로나19 연관성까지 제기되자 호주 당국도 유사 증상이 발생할 시 아이들을 당장 병원에 데려갈 것을 당부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8일 전했다.
가와사키병은 18세 이하, 특히 5세 이하 영유아에게 주로 나타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어린이가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감염된 이후 면역반응이 과도해져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열ㆍ설사ㆍ복통ㆍ두통ㆍ심장 관련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어린이 괴질’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로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 나선 김예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코로나19에 걸려 가와사키병이라든가, 다른 쇼크 상태를 보인 환자는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슈가 제기됐으므로 앞으로 면밀하게 소아환자들을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영국 사례와 관련해 “해당 환자들이 정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확실하게 걸렸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할 것 같다”면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도 일부 심한 환자가 보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와사키병이나 쇼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매우 일부이고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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