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수사 방해 등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됐다. 이를 사실상의 탄핵 절차 개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렇잖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집권 16개월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셀소 드 멜로 브라질 대법관은 28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개시를 승인했다고 미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연방경찰은 60일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사법 방해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대해 하원이 기소에 동의할 경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후 대법원이 탄핵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방경찰청장을 측근으로 교체해 자신의 두 아들이 연루된 ‘가짜 뉴스’ 유포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반부패 국민영웅’ 세르지오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법무부를 건너뛴 채 마우리시우 발레이슈 연방경찰청장을 해임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두 아들은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음해할 목적으로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장한 보건장관을 해임하는 등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론에 휩싸인 상태다. 이 와중에 수사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치적 입지가 확연히 좁아졌다. 하원에는 이날까지 31건의 탄핵 요구가 접수됐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지금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할 때”라며 아직까지는 탄핵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모루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탄핵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마이아 의장이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일부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자진사퇴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모루 전 장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대통령은 원하는 인물을 경찰청장에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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