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개헌론의 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0석 슈퍼 여당’의 행보에 집중된 관심을 의식해 지도부가 연일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자칫 ‘슈퍼 여당’의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공개적으로 개헌론에 불을 붙인 인사는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27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통해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 한 송 의원의 주장이기에 당 내부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서울 양천을) 당선자도 29일 공개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해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 부동산이나 투기 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다른 법적 제도적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앞서 2018년 3월 청와대가 제출한 개헌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올해 2월에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 지형 속에서 개헌 논의를 하는게 바람직하다.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는 헌법 정신에 있느냐는 논쟁이 있는데 저는 있다고 본다. (개헌 논의를 통해)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며 개헌 논의에 힘을 보탰다.
개헌론은 야당의 표적이 됐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이끌던 사람들은 검찰총장의 거취를 운운하고, 마음만 먹으면 개헌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라며 그간 감춰뒀던 악취나는 속내를 은밀히 풍기기 시작했다”며 “이러라고 내어준 국민의 권력이냐”고 반문했다.
당 내에선 개헌 논의는 필수적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 등 필수 과제에 우선 집중하는 등 일의 선후 관계를 고려하자는 기류가 중론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고 선을 그으며 ‘함구령’ 수준의 자제 당부를 했다.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27일 본보 인터뷰에서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 타임”이라면서도 “다만 여당이 일방통행식 개헌을 추진해선 안 되고, 여야가 합의를 해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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