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노조 “안전한 배달환경 보장해달라”
국내 최초 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29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1년간 배달대행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전히 이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등 노동자의 마땅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열악한 지위에 놓여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정부에 안전한 배달 환경을 보장해달라며 6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1주년을 맞아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강남역 8번 출구에서 근로복지공단 강남지점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펼쳤다. 오토바이를 탄 배달대행기사 50명과 조합원 수십 명이 도로로 나왔다. 이들은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안전 배달료 도입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나갔다.
라이더 유니온은 이날 배달대행기사들의 안전 근로를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 전면 적용 △안전 배달료(배달대행업체가 배달원에 지급하는 최소 배달단가) 도입 △플랫폼사의 갑질 근절 △배달 산업 규제 등 6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중 산재 보험과 관련해 박중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기사들에게 가장 절실한 게 ‘산업재해 보험 전면 적용’”이라며 “라이더들은 아직도 근로계약 시 ‘사고가 나더라도 산업재해 보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행진에 참여한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도 “매일 도로 위 사고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라이더들에게 당연히 산재 보험이 적용돼야 하는데 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5년간 배달 음식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지만 라이더들의 처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배달음식 시장 거래액은 9조7,365억원으로 2013년(3,347억원)에 비해 30배 가까이 폭증했다. 음식 배달 어플리케이션 누적 이용자가 같은 기간 83만명에서 2,500만명으로 급증한 결과다. 하지만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이달 초 라이더들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건당 1,000원 이상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라이더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이 알려지면서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배달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조속히 검토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공식적인 처우 개선 논의를 위해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아울러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플랫폼 노동 사회적 대화 및 배달의민족과의 교섭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사측은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라”고 촉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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