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재판 시작… 조주빈, 일부 혐의는 부인

[저작권 한국일보]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를 받는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첫 재판에 나와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같은 법원에서 조씨 공범의 재판 및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현우)는 29일 조씨와 공범들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조씨는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 ‘태평양’ 이모군(16)과 함께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14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강씨와 이군의 별건 재판들도 조씨 재판에 병합됐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참석 의무가 없지만 조씨와 강씨는 재판에 출석했다. 조씨 측은 “영상 제작 및 배포는 인정하지만, 일부 영상 제작 과정에 폭행 및 협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씨 측은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으니 검찰이 공모관계를 정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군 측은 혐의를 인정하지만 좀 더 기록검토를 한 뒤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찰이 공소사실을 요약하는 모두진술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피해자 측 변호인들은 “피해사실과 정황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며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민들 관심도가 높고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전체 비공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같은 법원에선 조씨의 공범 한모(27)씨의 첫 재판도 열렸다. 형사합의31부(부장 조성필)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한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조씨의 지시를 받고 성착취 동영상을 촬영해 박사방에 게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씨는 기소 이후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하루 1, 2통의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가상화폐 환전상 박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열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사회복무요원 최모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최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자치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며 107명의 개인정보를 조씨 등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