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340명의 한국 중견기업 임직원들이 29일 베트남에 입국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은 것으로 판단한 베트남 정부는 향후 한국인 추가 입국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관계자와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베트남 번동공항에 입국한 한국 중견기업 임직원은 143개 회사 소속 340명에 달한다. 앞서 삼성과 LG가 개별적으로 200명 안팎의 엔지니어를 예외 입국시킨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 중견기업들이 공동으로 베트남 측과 교섭해 입국 허가를 받아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입국 대상자 대부분은 플랜트 건설, 공장 증설ㆍ운영 등에 투입될 필수인력”이라며 “산업부ㆍ대한상공회의소ㆍ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ㆍKOTRA)가 ‘팀 코리아’를 만들어 이들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공항에 도착한 기업인들은 즉시 인근 할롱시에 위치한 호텔로 이동, 14일간 격리 조치를 거친 뒤 내달 13일부터 현장에서 근무한다. 한국 정부는 격리기간 동안 베트남 언어ㆍ문화ㆍ경제 등에 대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이들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베트남 교민사회도 생필품과 음식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기업군 공동 입국 성사로 한국 기업 임직원들의 일상적인 베트남행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그간 베트남 정부는 “소규모 입국시 동선 관리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왔지만 최근 베트남 내 코로나19 확진세가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전날 고위 각료회의에서 “코로나19 퇴치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며 “외국인 기술자와 숙련노동자, 투자자들의 입국을 계속 허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노완 주베트남대사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민 입국에 대해 서서히 빗장을 풀고 있다”며 “개학을 앞둔 200여명의 교민들과 필수 기업인 700명을 우선 입국시키기 위해 외교적 교섭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현재 270명에 불과하다. 지난 2주간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사망자도 없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최근 쌀 수출을 재개하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내 관광도 장려하는 등 내수경기 부양에 본격 나섰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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