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약사 “반려인 부담 커져” vs 수의사 “동물 안전이 우선” 
. 정부가 수의사의 처방대상 동물의약품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놓고 약사와 수의사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제약 업계와 수의업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추진 중인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입니다.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일반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동물 의약품 수를 늘리려는 건데, 이를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6일 개와 고양이 종합백신, 심장사상충제, 항생제 등을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습니다. 의견수렴 기간은 6일까지인데요.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약사들은 수의사 처방 품목을 확대할 경우 반려인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근거로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의사들은 자기진료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개정안은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실제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에게는 어떤 점이 달라질까요.

 ◇반려인들의 비용 부담 늘어난다고? 
게티이미지뱅크

수의사의 동물용 의약품 처방을 확대한다는 것은 해당 의약품은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얘깁니다. 때문에 약국에서 종합백신을 사서 직접 반려동물에 주사를 놓았던 반려인이라면 부담이 커질 수 있지요. 수의사 처방전을 받으려면 처방전 발급 비용뿐 아니라 동물병원에 오가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특히 많은 수의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의사의 처방 품목이 늘어나면 반려인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난다며 개정안을 반대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지난달 29일 기준 8,600여명이 동의를 한 상태입니다.

김대진 대한약사회 이사는 “수의사의 처방대상 품목을 늘려갈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반려 동물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아 진다”며 “자칫 버려지는 반려 동물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어 “백신이나 심장사상충약 등은 예방 목적 의약품으로 자가 진료가 아니라 보호자의 판단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동물 건강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또 이른바 ‘강아지 공장’ 등 펫숍에서 무분별하게 자가 진료를 해왔던 것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대한수의사회 동물보호복지위원을 지낸 이학범 수의사는 “자가 진료행위로 동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며 “백신 등은 수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현재 약국 내 백신 판매도 불법을 조장한다고? 
27일 서울 중랑구 한 약국에 동물용 의약품이 놓여 있다. 대한약사회는 농식품부가 수의사의 동물용 의약품 처방 확대를 추진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독자 제공

수의사들은 현재 약국 내 반려동물 용 종합백신 판매를 놓고도 수의사법 위반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를 놓고도 수의사와 약사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수의사들은 보호자들이 약국에서 백신을 사서 주사를 놓는 게 수의사법 제10조 무면허 진료 행위의 금지 위반이라고 말합니다. 적발하기는 어렵지만요. 실제 동물위탁업자가 개를 판매하기 전 백신 등의 약물을 주사해 수의사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도 있었죠. 때문에 수의사들은 수의사의 동물의약품 처방 확대가 아니라 약국 내 백신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반려동물의 백신 접종은 무조건 동물병원에서 가야만 할 수 있게 됩니다. 직접 백신을 놓아온 반려인들은 처방전 발급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겁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2017년 7월 자가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사례집을 통해 ‘예방목적의 동물약품 투약 행위는 가능’ 하도록 안내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사례집에는 자신이 기르는 동물의 생존권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선의의 목적’을 가지고 동물에 대한 약의 사용 등 일정 수준의 처치는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요. 다만 사례집에서도 기본적으로 약물의 주사 투약은 약제의 흡수속도가 빠르고, 잘못된 접종에 의한 쇼크·폐사·부종 등 부작용이 있다며 수의사가 진료 후에 직접 하는 것을 권고했습니다.

 ◇처방 없이는 모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게 되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합백신은 수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장사상충 약과 항생제는 기존처럼 처방전이 없어도 계속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약사법 중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에 따라 동물약국을 개설한 약사는 주사용 동물약품을 제외하면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수의사들이 이를 처방 대상 품목에 넣으려는 이유는 성분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학범 수의사는 “관련 성분이 들어간 신약들이 나올 경우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약품의 오남용을 막을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다만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의약품의 경우 병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논란이 동물의 안전과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다면 결국 약사, 수의사 모두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겁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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