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황죽마을 김영철씨
주민들 코로나 극복에 큰 힘
“나라님도 못한 일을 우리 이장이 해냈다”
국민 전 가구에 10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전남의 작은 마을 이장이 정부보다 앞서 ‘통 큰’ 일을 해 화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마을 전 가구에 100만원씩 지원한 것이다. 주인공은 해남군 계곡면 황죽마을 이장 김영철(68)씨다.
김 이장은 지난 21일 고향을 지켜온 스물다섯 가구에 100만원씩, 최근 이주해 온 세 가구엔 5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요양원에 있는 주민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명 ‘황죽형 긴급재난기금’은 그동안 모은 마을 기금으로 충당했다. 2009년부터 황죽마을 이장을 맡아온 김씨는 10여년간 마을에 들어온 각종 후원금과 마을공동 재산인 논에서 나온 이익금, 경로당 운영비 등을 아끼고 절약해 모은 돈으로 기금을 마련했다.
그는 “마을총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에게 고루 지원하자는 의견이 나와 전체 동의를 거쳐 전 세대 통장에 지원금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가거나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안타까운 마음도 재난기금을 지원하게 된 동기다.
그는 “각 세대에 지원금이 입금되자 마을 어르신들이 ‘황죽마을에 사는 게 너무 좋고 긍지를 느낀다’고 감사의 말씀을 전해와 개인적으로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황죽마을은 해남에서도 깊은 오지 중의 오지. 40여명이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는 “마을 끝에 가면 그 길로 다시 되돌아 나올 수 밖에 없는 산골”이라고 설명했다. 10년전 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살아생전 마지막 소원이 가정에 수세식화장실을 두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가 이장을 맡고부터 해남에서 처음으로 공부방과 도서관을 열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마을신문을 만드는 등 마을공동체 형성에 노력했다. 급기야 긴급생활기금을 지급할 만큼 마을선진화를 이룬 것이다.
그는 “동네 어르신과 출향인사들이 사설 요양원 등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생활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고향에서 노후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을에 작은 요양원을 만드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해남=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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