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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이코노칵테일] “코로나19 사태로 탄력받은 인공지능(AI),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적 승부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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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이코노칵테일] “코로나19 사태로 탄력받은 인공지능(AI),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적 승부 걸어야”

입력
2020.05.02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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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사진은 4월2일 화상데스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는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가 앞으로 다가올 AI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는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가 앞으로 다가올 AI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인공지능(AI)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미 많은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은행 등의 콜센터다. AI가 직접 응답을 하기도 하지만, 상담원에게 전화를 하면 AI가 상담원의 컴퓨터 화면에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띄워 고객에게 알려주게 한다.

증권사에서도 AI로 주식매매를 하고, 투자자에게 AI를 통한 주식매매를 중개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는 투자시장의 70~80%를 AI가 움직인다. 작년에 나스닥이 느닷없이 4% 폭락한 것도 AI와 관련이 있다. AI 소프트웨어가 잘못 작동해 투매를 하자, 다른 AI 소프트웨어가 동참하면서 폭락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자율주행은 성과가 적지 않다. 고속도로에서는 핸들을 놓고 달릴 수 있을 정도다. 의료와 농업 분야에서도 AI로 인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업적인 대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언택트(Untact·비대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AI다. 우리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에 AI 관련 2개 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국가차원의 대응속도가 늦다. 특히 국회로 법안이 들어가면 감감 무소식일 때가 많다. 국회에 보이지 않는 많은 허들이 있다는 얘기다.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인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를 최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솔트룩스는 ‘소금과 빛’이라는 뜻인데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나.

“짭짤하게 벌어서 빛나게 쓴다는 뜻이다.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돈을 대신했다. 부패 방지와 가치 창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빛은 첨단·혁신을 의미한다. 우리는 AI 회사다. AI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솔트룩스 기술이 적용된 AI 스피커 ‘KT 기가지니’ 뿐만 아니라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인 ‘애플 시리’ 및 ‘아마존 알렉사’ 등에 들어간 대부분의 기술이 2,300년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이론의 절반 정도를 차용한 것이다.

‘추론’ (Reasoning), ‘논리’ (Logic), ‘술어논리’(predicate logic) 등의 용어를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제안했다. AI 기술은 한자어로 보면 굉장히 쉽다. ‘인공’은 원래부터 있지 않은, 사람이 만든 거고 ‘지능’은 지식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최근 AI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알파고의 바둑경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인간이 AI에 잡아 먹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알파고와 내가 오목을 두면 누가 이기겠나. 알파고는 아예 오목을 못 둔다. AI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엄청난 데이터를 제공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총체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없다. ‘상식’이라는 분야를 가르칠 방법도 없다. 몇몇 AI가 높은 수준의 능력을 가져서 인간이 노예가 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모양인데,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0~30년 정도가 아닌 훨씬 오랜 기간이다.

인간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의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모른다. 또 의식 중에서도 자의식이 중요하다.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고 의사 결정의 주체라는 것을 이해한다. 자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개성과 창조의 밑바탕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없는 형태의 지능은 기능적 지능일 뿐이다. 우리가 더 이상 자동차와 달리기 경주를 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더 이상 인간 근육과 기계 근육을 비교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자동화는 우리의 근육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동화를 통해 평범한 사람이 아인슈타인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AI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그런 날은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 첫 번째 우려다.

“일자리가 줄어든다기 보다는 일자리의 변혁이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부와 인력거꾼이 택시 기사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1900년대에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이었지만 지금은 34시간이다. 20년 안에 24시간 정도로 줄어들 거다. 24시간은 하루에 6시간씩 4일 혹은 하루에 8시간씩 3일 일하는 정도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형태로 현명하게 대처할 거라 믿는다.

AI에 대한 거부감도 과도기적인 게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만한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AI가 했는데 그게 사회나 사람한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고, 그런 것들이 분명히 사람들에게 공포심과 걱정을 만들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서울대 교수 몇 분이 썼던 ‘축적의 시간’이란 책의 핵심은 기술 진보나 사회적 진보를 하는 과정은 시간도 필요하고 그 시간을 통해 시행착오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거다. 그런 과도기에는 분명히 법적인 사회적인 윤리·도덕적인 도전 과제는 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데 고통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솔트룩스의 핵심 연구가 AI와 빅데이터 연구개발이다.

“AI와 빅데이터는 한 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우리 정부에서는 DNA라 표현한다. Data, Network(5G), AI 등이다. 이 DNA 결합을 통해 초연결 혁신을 만들어낸다는 게 정부에서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의 정의다. 우리는 데이터와 AI에만 20년 동안 집중했다. 출원된 특허만 121개, 등록 특허만 61개에 달한다. 지난 10년동안 연구개발비용을 연간 30억원씩 30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법인을 포함해 전체 직원 180명 증 130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수익모델은 소프트웨어 제품을 플랫폼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국내외 1,500개 이상의 고객 사가 있다. 삼성 LG 현대 같은 대기업도 있고 국방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와 같은 중앙부처도 있다. 우리 회사는 AI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다. 매출은 180억원이 좀 넘는다.”

-어떤 소프트웨어인가.

“우선 AI 스위트(Suite)라고 해서 여기에는 10가지 엔진이 들어있다. 말하고 듣고 볼 수 있다. 음성인식, 음성합성, 질의응답, 대화처리를 할 수 있는 AI 기능이다. 대표적인 곳이 콜센터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고객과 콜센터 상담원이 전화로 대화를 하고 있으면 AI가 합법적으로 같이 듣는다. 대화하는 걸 듣고 상담사 컴퓨터 화면에 그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면 좋다’고 띄워준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게 한다. 또 콜봇이라는 AI 엔진은 직접 전화를 받는다. 상담을 하다가 해결이 어려우면 전문가를 연결해 준다. AI가 전화 교환원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큰 산업적 변화 중 하나가 언택트 시장이다. 원래 언택트 시장이 커지고 있었지만 그걸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을 지속하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투자를 받아 연구개발을 하는데 우리는 번 돈으로 연구개발을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연구개발한 결과를 시장에서 검증 받고 고객과 협력하는 유전자가 좀 있다. 상상력만으로 꿈꾸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줄 수 있는 AI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지 만 10년이 넘었다. 앞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하기 위한 부분에 많은 투자를 진행할거다. 향후 4년 동안 직접 공략할 시장은 미국과 베트남이다. 미국은 클라우드 중심의 서비스형 AI다. 필요할 때 쓸 만큼만 쓰고 그 비용만 지불하는 형태다. 이런 비즈니스는 미국에 집중하려 한다. 한국에서 했던 다양한 기업, 관공서에 사용하는 AI는 동남아를 타깃으로 한다.”

-‘고정밀 앙상블 AI’가 솔트룩스를 대표하는 용어라 보면 되나. 용어가 좀 어렵다.

“앙상블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거다. AI에서 앙상블은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결합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뇌가 감성이고 좌뇌가 이성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이 좌우 뇌를 다 사용한다. AI 기술은 두 분야로 나뉜다. 기계학습이나 딥러닝 하는 쪽은 귀납적 추론을, 기호적 AI는 연역적 추론을 한다. 인간은 귀납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을 동시에 한다. 앙상블 초정밀 AI 기술은 귀납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을 동시에 해서 더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도록 하는 기술이다. 서로 다른 알고리즘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앙상블 AI라는 거다. 그 기술을 3세대 AI라 한다. 1세대 AI가 추론과 지식표현을 연구했고 2세대가 기계학습 딥러닝과 인지모델이라면 3세대는 이 두 가지를 앙상블하고 설명 가능한 AI를 만들어 내는 거다.”

-최근에 나온 기사를 보니 톡봇이라는 것이 소개되어있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유사한 것들이 있기는 하다. 이들과 차별적인 기능이 있나.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완전히 히트를 쳤다. 사람들이 우리 부스에 바글바글했다. 톡봇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어 갔다. 목소리는 유튜브에서 배웠고 생각은 트위터에서 배웠다. 사람들과 AI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했다. 사람들이 질문도 하고 얘기도 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AI 로봇 ‘자비스’와 같은 역할로 보면 된다. 톡봇이라는 엔진은 기계가 스스로 말과 글, 대화를 학습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4개 국어를 할 줄 안다. 올해 연말까지는 8개 국어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AI가 많이 침투하기는 했지만 일반인은 체감하지 못하는 것 것 같다.

“AI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 중심이 되고 기계가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궁극적인 AI는 ‘무형의(Invisible) AI’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자연스러운, 원초적인 행동을 했을 때 눈에 보이진 않지만 뒤에서 AI가 사람을 편하게 만들고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게 인간 중심의 AI 세계다. AI가 정말 많이 들어가 있는데 우리가 경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증권시장이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투자시장의 70~80%를 이미 AI가 움직이고 있다. 5년 내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건 자율주행자동차 분야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대웅빌딩에 있는 솔트룩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서울 강남구 언주로 대웅빌딩에 있는 솔트룩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홈페이지에 공개한 회사의 비전을 보니 창대하다. 그 중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라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일종의 소명의식과 같다. 자신이 있다 없다 보다는 기업을 이루고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상장을 하면 누구라도 그 회사 주주가 될 수 있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게 단지 1조원의 회사가치가 있거나 매출 몇 천 억대가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삶의 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솔트룩스가 유니콘 기업이 된다는 의미는 큰 기업, 좋은 기업, 돈 많이 버는 기업, 유명한 기업이라는 개념 보다는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거기에 뭔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혁신적 기업이 된다는 의미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이 아닐까 싶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빅데이터라는 건 재료에 해당되는 거다. AI의 3대 요소는 요리하는 것과 똑같다. 요리를 하려면 버너나 냄비, 프라이팬이 있어야 하고 레시피를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요리 재료가 있어야 한다. AI가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으려면 컴퓨터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그래픽카드인 GPU라고 얘기하는 거다. 레시피는 알고리즘이고 요리 재료가 데이터다. 전세계에서 이 세 가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구글이고 2등이 아마존, 3등이 마이크로소프트, 4등이 아마 바이두일 거다. 심지어 인재도 중국이 우리보다 30배 많고 미국이 20배 많다. 한국이 1대 1로 경쟁해 이길 수 있겠나. 우리는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전략의 핵심은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 무엇을 선택해 승부를 걸 수 있냐는 문제다. 모든 AI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집중할 AI 영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가진 모든 데이터를 우리가 확보할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 AI나 데이터 투자를 몽땅 합친 게 구글 한 회사와 비슷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혁신이 안되고 있다. 우버도 안 되고 시내에서 드론도 안 되고 원격진료도 안 되고 유전자 치료도 안 된다. 미국과 중국에선 다 된다. 정부 의지는 강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게 국회였다. 국회에서 입법하는 데에 너무 많은 허들이 있는 거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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