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백자 동화매국문병’ 지정 해제 예고
임란 직후 만든 ‘백양사 목조아미타상’은 보물 지정 예고
46년 전 국보로 지정됐던 매화 무늬 백자의 국보 자격이 박탈된다. 흔한 중국 원나라 도자기로 드러나서다. 17세기 대표 조각 승려 현진(玄眞)이 임진왜란 직후 만든 대형 불상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그간 꾸준히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돼 온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銅畵梅菊文甁)’의 국보 지정 해제를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조선 전기 백자와 어울리지 않는 동화(銅畵ㆍ구리가 주성분인 안료로 문양을 장식하는 기법)다. 이 기법은 고려시대 후기인 13~14세기 유물 일부와 18~20세기 조선 백자에서 나타난다. 그 사이는 공백이다. 조선 전기 백자에는 동화가 활용된 예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산지가 조선이 아닐 공산이 크기도 하다. 이 도자기의 제작 시기ㆍ장소가 15세기 조선이 아닌 14세기 중국이라는 게 학계 판단이다. 형태나 크기, 기법, 문양이 원나라 도자기인 ‘유리홍’(釉裏紅)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가치가 큰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외국 문화재여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은 국보ㆍ보물 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도자기는 출토지와 유래 면에서 한국과의 연관성이 불분명하다. 더욱이 같은 종류 도자기가 중국에 많아 희소성이 떨어지고 수준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인류 문화 관점에서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이라는 국보 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백자 동화매국문병은 일본인 골동품상 아마쓰 모타로(天池茂太郞)에게 300엔을 주고 샀다고 한다. 높이는 21.4㎝, 입 지름은 4.9㎝다. 1974년 국보 지정 당시 평가는 “진사(辰砂ㆍ붉은색 안료)를 쓴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기형(器形)이 돋보인다”는 거였다. 그러나 2018년 학계에서 원나라 작품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고 이에 문화재청이 중국ㆍ한국 도자사 전문가로 조사단을 꾸려 연구에 착수했다. 9일 문화재위원회가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해제 타당’이었다.
국보 지정 해제가 처음은 아니다. 거북선에 장착된 화기로 알려졌다 1996년 가짜로 판명된 ‘귀함별황자총통’이 국보 제274호에서 해제됐고, 국보 제278호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2010년 보물로 강등됐다.
‘장성 백양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상주 남장사 관음선원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이날 보물 지정이 예고됐다.
백양사 목조아미타상은 조선 조각승 현진이 만든 현존 불상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른 작품이다. 높이가 208㎝에 달하는 이 불상은 1607년(선조 40년)에 현진이 휴일, 문습 등과 함께 완성했다. 현진은 임진왜란으로 사라진 불상을 다시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양사 아미타상에서는 빼어난 조각 실력과 더불어 17세기 불교 조각의 새로운 흐름이 확인된다는 게 문화재청 소개다.
제작 시기가 15세기로 추정되는 남장사 목조관음상의 경우, 아주 드문 전기 불상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인정되는데 수준마저 높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세 유물의 해제와 지정 여부는 예고 기간 30일간의 각계 의견 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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