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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김종인 자택’은 어쩌다 정치인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나

입력
2020.04.29 11:15
수정
2020.04.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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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y]정치인들은 왜 자꾸 김종인 집에 찾아갈까 

 문재인ㆍ황교안 등 종로 자택서 “화룡점정 해달라” 설득 

미래통합당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귀가한 김종인(오른쪽)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자신을 기다리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귀가한 김종인(오른쪽)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자신을 기다리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 서울 종로의 한 빌라 앞에서 펼쳐졌습니다.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주택가, 수많은 취재진들 사이로 나타난 인물은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였는데요.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당의 비대위원장 직을 거절한 그를 설득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직접 찾은 겁니다.

그런데 이 풍경, 어딘가 익숙한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바로 4년전이던 2016년 3월 22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같은 장소를 찾은 바 있는데요.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비례대표 상위 순번(2번) 추천을 두고 당 내에서 불거진 ‘셀프 공천’ ‘노욕’ 등의 비판에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를 막기 위해 당시 문 대통령이 직접 만류에 나선 겁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앞서 1월 “백의 종군 하겠다”며 총선 지휘 권한을 김 전 위원장에게 넘기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당의 전면에 나서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경남 창원에서 급히 상경해 45분 가까이 회동을 가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잘 해주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것이 허사가 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6년 3월 22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 자택을 찾아 면담 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6년 3월 22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 자택을 찾아 면담 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결국 다음날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가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또 찾아가 그를 국회로 ‘모시고’ 오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죠. 당내 대권주자였던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받으면서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더욱 확실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비대위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토록 하는 모양새를 갖춰 ‘셀프 공천’ 논란에서도 비껴가게 됐어요.

이번 총선 직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죠. 당초 4ㆍ15 총선에서 역할 및 권한 등 이견으로 통합당의 영입 제안을 한 차례 거부했던 김 전 위원장은 황교안 당시 대표의 ‘삼고초려’로 결국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황 전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박형준ㆍ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방문해 간곡한 설득에 나섰죠.

당시 황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요청하며 “힘을 합하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이길 수 있다”며 “거기에 화룡점정을 해달라”고 언급했다는데요. 문 대통령이 4년 전 김 전 위원장에게 ‘화룡점정’을 부탁했던 대목이 생각납니다.

황교안(왼쪽)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김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미래통합당 제공
황교안(왼쪽)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김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미래통합당 제공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선거마다 각 당의 ‘구원투수’ 역할로 러브콜을 받아온 사실은 익히 알고 계실 텐데요. 그렇다면 왜 매번 화가 난 김 전 위원장의 자택에 당 지도부가 찾아오는 장면이 반복되는 걸까요.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권력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다른 세력과의 충돌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웁니다. 사실 김 전 위원장의 입장에선 현직 의원도 아닌데다 바깥에서 온 인물이기에 직을 던져버리더라도 크게 아쉬울 건 없겠죠.

여기에 김 전 위원장 특유의 스타일도 한 몫 합니다. 보통 갈등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잠행’을 택합니다. 주변과 연락도 다 끊어버리고 자취를 꽁꽁 감춘 채 숙고를 거듭하는 건데요. 이 같은 잠행을 즐기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있죠. 그런데 평소 직설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은 다릅니다. 이미 알려진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 등에 평소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김 전 위원장과 통합당의 ‘힘겨루기’는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임기 제한이 없는 막강한 권한의 비대위가 아니라면 수락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김 전 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차기 당권주자들은 벌써부터 김 전 위원장을 견제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김 전 위원장은 황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벌써 2주째 리더십 공백 상황에 놓인 통합당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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