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검사역량을 대폭 확대하고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연일 비교 대상으로 ‘한국’을 언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검사 규모와 질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호평했다고 발언했고, 백악관도 미국이 한국보다 검사를 많이 했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중소기업 지원 관련 행사 중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월까지 일일 500만명을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를) 늘릴 것이고 머지 않아 그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검사에 있어 (미국은) 누구보다도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다들 코로나19 검사와 관련해서 한국 얘기를 계속하는데,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이가 좋다. 그가 미국이 얼마나 (검사를) 잘해왔는지 얘기해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내게 미국의 검사 품질과 양이 최고라고 강조해 말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차 “미국의 검사 질은 최고이고 규모도 최고”라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가 대응 확대를 밝힌 가운데, 미국이 한국의 바이러스 검사를 넘었다’라는 제목의 미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한국을 넘어섰다. 미국은 1,000명당 16.42건의 검사를 한 반면에, 한국은 1,000명당 11.68건의 검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보다 인구대비 검사를 더 많이 했다는 것이다.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한국이 등장했다.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총책임자인 브렛 지로어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현재 1주에 100만건 가량 되는 검사 역량을 앞으로는 2배로 늘릴 것’이라는 내용의 검사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는데, 미국은 최소한의 검사만으로 인구대비 검사량에서 한국이 4개월간 한 것보다 2배 많은 검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면 초반에 미국이 한국보다 검사를 많이 했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하다가 인구 수 대비로는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미 언론의 지적을 거듭 받은 바 있다. 이에 본격적인 경제 활동 재개를 앞두고 검사 확대 필요성이 안팎에서 제기되자, 이제는 ‘인구대비 검사 수’에서도 한국을 제친 점을 부각해 홍보전에 열을 내는 모습이다.
다만 이날 오후 기준 미국은 확진자가 101만명에 달하고 5만8,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28일 0시 기준 확진자가 1만명을 조금 넘고 사망자는 244명인 상황이다. 이처럼 확산 정도에 차이가 큰 데도 백악관은 ‘코로나 대응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한국과 단순 비교할 때 검사 수가 많다는 점을 내세워 비판 여론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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