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한다고 주장한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코로나19 초기 검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검사 규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백악관도 이날 미국이 코로나19 검사 규모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앞세워 홍보전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인구 1인당 5배에 달하는 검사를 했다”는 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사실이다”고 주장하자, “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복해 말했다. 또 “어디 기자냐”며 소속 언론사를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함께 있던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이 “검사 확충 노력 끝에 코로나19가 발병한 모든 주에서 이뤄진 검사는 세계 어느 곳보다 뛰어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기자는 “전체적으로 우리(미국)는 한국보다 감염자가 14배 더 많았다. 왜 그런 것이냐. 그들(한국)은 인구 밀도도 높다”고 재차 질문했다. 벅스 조정관은 “우리(미국)의 전염병 상황은 유럽의 경우와 더 비슷하다. 따라서 우리는 유럽 나라들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수긍하지 않자 벅스 조정관은 “한국의 검사가 10만명당 11명이고, 우리는 17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수치를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며 ‘훈계’하기도 했다. 또 “그렇다. 사과하겠느냐. 아무도 당신이 도대체 누군지 모른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벅스 조정관이 이날 언급한 수치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1,000명당’을 ‘10만명당’으로 언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 정치 전문매체인 워싱턴이그재미너(WE)도 “미국은 1,000명당 16.42건의 검사를, 한국은 11.68건의 검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기자는 백악관 기자단에 “미국이 이번 달 들어 한국보다 인구당 검사 숫자를 앞질렀다. 그러나 한국은 감염률이 훨씬 낫다”고 질문을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해당 기자를 향해 “사과해줘서 고맙다. 매우 멋지다”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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