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경북 문경시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24병실 규모의 음압병동 1동이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필수 시설이다. 코오롱그룹은 치료시설이 모자라 적기에 치료받지 못한 코로나 환자가 있어선 안 된다며 건설 비용만 25억원이 소요된 이 시설을 22일만에 건립·제공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바이러스 전파 자체가 불가능한 최상의 음압상태를 구현하고 환자 동선과 의료진 동선을 구분해서 설계해 병실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며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하는 모듈러 공법을 사용해 향후 해체 또는 추가 설치 등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목 받은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범 사례를 만든 기업”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그룹만의 역량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코오롱은 음압병동 건립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만연했을 때인 3월 핵심 재료인 멜트블로운(MB) 필터 공급을 위해 연구설비를 생산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공장을 24시간 교대로 풀 가동해 200만 장의 마스크 제조가 가능한 분량의 필터를 생산·공급했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는 “비상 상황이라 실험 설비까지 용도전환하고 연구진도 생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조치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공장을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의료용 마스크 필터 무상 공급에, 문경 서울대병원에 음압 치료병실을 기부하는 등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 놀랍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대구지역 의료진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흡한속건 기능성 티셔츠 2,000벌, 바지 887벌 등 2억원 규모의 의류 물품과 1억8,000만원 상당의 에너지 보충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코오롱은 국가적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 노·사 구분도 없었다. 지난 3월12일 올해 노·사간 첫 만난 임금협상의 자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노조측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사측에서 제시한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전격 받아들였다. 합의안은 같은 달 16∼1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됐다. 업계 최초로 무교섭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코오롱 노·사는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임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약 10억원 규모의 창립기념일 선물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데도 합의했다. 임직원들은 지급된 상품권 일부를 기증받아 지역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코오롱의 이런 사회공헌 활동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환원한다는 기업문화에서 기인한다. 실제 1981년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선대회장은 재단법인 ‘오운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장학금 지급과 교육기관 지원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일반 시민 가운데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인사를 선정해 ‘우정 선행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 대상 수상자로는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 지장우(36)씨가 선정됐다. 이웅열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은 “선행을 통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또 2012년에는 사회공헌을 전담하는 조직인 ‘CSR사무국’을 발족했고, ‘꿈을 향한 디딤돌, Dream Partners’를 슬로건으로 전임직원이 참여한 ‘코오롱사회봉사단’도 창단했다. 코오롱 봉사단은 이번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도 나눔의 가치를 더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혈액이 부족하자 3월부터 7차례 헌혈 캠페인을 벌였다. 이미 2013년부터 혈액 수급이 불안정한 여름과 겨울 두 차례씩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올해 초까지 총 5,000여장의 헌혈증을 기증했다.
봉사단은 지난달 28일엔 위생용품과 심리지원 물품이 담긴 ‘마음 드림팩’을 제작해 40개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하기도 했다. 드림팩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전국 취약계층 아동들이 필요로 하는 마스크, 휴대용 손세정제 등의 위생용품과 간식, 놀이용품 등 10가지 물품이 담겼다. 또 친환경 에너지 학교 ‘에코 롱롱’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과학키트도 온라인 콘텐츠와 함께 제공했다.
봉사단은 이 외에도 임직원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 마스크를 선물한 ‘마음 더하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생활가이드 ‘슬기로움 곱하기’, 주변 소상공인을 홍보하는 희망상점 ‘1만2,438개 손길 곱하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김승일 코로롱그룹 부사장은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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