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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업에서 공익 기술 제공자로… IT공룡 운명 바꾼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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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업에서 공익 기술 제공자로… IT공룡 운명 바꾼 팬데믹

입력
2020.04.29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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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조사 받던 구글ㆍ애플 등

감염자 동선 앱 개발로 정부 협력

아마존은 대규모 고용으로 기여

팬데믹 속 기술 중요성 부각되며

거대 기업 영향력 더욱 확대될 듯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IT(정보기술) 기업 로고 모음. AFP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IT(정보기술) 기업 로고 모음. AFP 연합뉴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정보기술(IT) 공룡’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 반(反)독점 조사를 받던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한 공익적 기술을 개발하면서 미국 정부와 껄끄러웠던 관계를 반전시켰다. 수익도 좋아져 세계 경제의 급격한 위축에도 이들 기업만큼은 건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팬데믹이 거대 IT 업체들에 일생일대의 기회를 부여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고 호재는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다. 우선 구글과 애플은 코로나19 감염자 동선 추적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앱) 공동 개발에 착수해 보건복지부의 협력자가 됐다. 페이스북도 20일 미 전역에 산재한 보건기관들의 코로나19 현황 파악을 도울 목적으로 개발한 ‘의심 환자 실시간 분포 지도’를 공개해 공익 IT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아마존은 저임금이지만 무려 17만5,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대량 실직 사태로 고심하는 정부 부담을 다소 덜어줬다.

코로나19 사태 전 미 행정부와 IT 기업들 관계를 떠올리면 이런 변신은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최근까지도 구글 등은 반독점 혐의로 연방정부는 물론 주(州)정부로부터도 압박을 받던 상황이었다. 올해 2월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알파벳(구글지주회사)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섯 곳에 최근 10년간의 소기업 인수합병(M&A)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대규모 기업간 결합에 더해 소규모 인수 건까지 샅샅이 훑어 불법 증거를 찾아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반독점 조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일시 정지됐다. 조사 담당자들도 자택대피 명령에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로비스트들만 조사 지연 내지 무력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WP에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금이야 말로 조사 대상 기업들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전했다.

수익마저 덩달아 뛰어 이들 기업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최근 ‘코로나 폭풍을 가장 잘 견뎌낼 거대 IT기업들’이라는 기사에서 아마존 매출 증가에 주목했다. 자택대피 명령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고, 바뀐 소비자 습관이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기대감은 주식시장에 반영돼 아마존 주가는 올해 1분기 5.43%나 상승했다. 뉴욕증권시장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던 기간에 이룬 성과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도 단기적으론 광고매출 감소가 예상되나 다각화한 사업 구조 덕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팬데믹 시기에 기술 중요성이 부각됐고 규모가 작은 경쟁자들은 무너져 장기적으론 거대 IT기업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두 개의 미국이 있다. IT 공룡과 나머지”라는 말로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이번 주 나올 IT기업 1분기 실적은 IT 공룡들의 강세 추이를 엿보는 첫 자료가 될 전망이다.

물론 반독점 조사를 완전히 피해갈 순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각종 규제 법안과의 싸움도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팬데믹 시기가 거대 IT 기업의 공공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더힐)는 평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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