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근황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만,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단정짓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나는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저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는 기존의 언급을 되풀이한 뒤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비교적 알고 있다”면서 “아마도 머지 않아 여러분도 듣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이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선 김 위원장 중태설을 제기한 CNN방송 보도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며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틀 뒤엔 “(CNN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진전된 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김 위원장 관련 질문이 재차 나오자 “누구도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잘 알고 있다’ ‘비교적 알고 있다’ ‘누구도 모른다’ 등의 혼란스러운 용어 사용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법과 모순적인 어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보 자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상ㆍ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행정부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최고 지도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호주의 퍼스 미국ㆍ아시아센터 소장인 고든 플레이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30년 넘게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동안 북한 지도자의 사망 소식을 적어도 30번은 들었다”면서 “두 번은 사실이었지만 정작 두 사람(김일성ㆍ김정일)의 사망은 모두 예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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