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가 도읍이던 사비기(538∼660) 백제의 이궁(離宮ㆍ정궁 외 별도 궁궐)터로 거론되는 충남 부여군 화지산 유적. 1986년부터 발굴 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아직 땅속에 묻힌 단서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 파볼 곳은 부여 중심지가 내려다보이는 서쪽 구릉이다.
문화재청은 부여군ㆍ백제고도문화재단과 함께 사적 제425호인 ‘부여 화지산 유적’ 서쪽 해발 20m 내외 단독 구릉 인근 대상 발굴 조사를 다음 달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발굴 조사 지점은 궁남지(백제 별궁 연못)와 군수리 사지(절터)는 물론 부여 시내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관북리 유적, 부소산성, 정림사지 등과 함께 중요한 사비기 유적인 화지산 유적은 궁남지 동북쪽에 있다. 의자왕 15년인 655년 ‘왕궁 남쪽에 망해정(望海亭)을 세웠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는데, 화지산 유적이 망해정이 있던 곳으로 전해진다.
화지산 유적 발굴 조사가 시작된 건 30여년 전이다.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조사를 통해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걸친 건물터와 분묘, 목책 시설 등이 나왔다. 2016년 조사에서는 나무 삽 10여점이 출토됐다. 2018~2019년 조사 때는 초석 건물터 6동과 적심(積心ㆍ주춧돌 주위에 쌓는 돌무더기) 시설, 계단식 대지 조성층, 연꽃무늬 수막새(기와 마무리용 둥근 와당), 도장을 찍거나 글씨를 새긴 기와, 다양한 토기 등이 발견됐다.
이번 발굴 조사는 정부혁신 과제인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ㆍ관리사업’ 일환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면 화지산 유적의 분포 범위와 유적 성격을 규명하고 유적 정비를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여의 핵심 유적에 대한 단계적 조사로 백제 사비도성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쓰일 만한 학술 자료를 얻고 나아가 백제 왕도로서의 면모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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