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스템 견고한 베트남ㆍ태국은 ‘성장동력’ 마련 박차
동남아시아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출구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시스템이 비교적 튼튼한 베트남과 태국은 경기 부양에 시동을 걸며 내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단순 위탁 노동산업으로 버티던 미얀마와 캄보디아, 필리핀 등은 해외 원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28일 미얀마타임스 등 동남아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미얀마 중앙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금융 지원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금리를 1.5% 인하하고 4,000여개 기업에 긴급 대출금 등을 지급하는 등 단기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이 정도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나라 곳간이 비어 있어 긴급 대출금 규모마저 7,200만달러에 불과하다. 미얀마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캄보디아 정부가 20억달러, 방글라데시가 85억달러를 긴급 부양책에 투입한 점만 봐도 처참한 경제 상황이 드러난다.
필리핀 역시 부족한 국가 재정 때문에 국제사회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현금 보조금 지급 여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2억달러 규모의 신규 차관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ADB자금은 1,800만 가구에 월 5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에도 8백만달러의 ADB 보조금을 받아 수도 마닐라 내 빈민층에게 음식을 지급하고, 코로나19 긴급 검사소를 설치한 바 있다.
미얀마ㆍ필리핀보다 형편은 낫지만 캄보디아도 출구 전략을 고민할 여유는 없다. 캄보디아 물류협회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국내 물류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의 신발, 의류 등 주문이 끊기면서 임금 미지급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개발협의회는 급한대로 4,028만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사업을 승인하는 등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선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급격히 위축된 만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들 국가와 반대로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중화학공업 등을 육성한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자마자 경기 부양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우선 베트남 정부는 하반기 발효가 예상되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를 재도약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관련 부처가 EU 수출이 가능한 상품과 연관 회사들을 미리 점검해 일괄 수출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설정한 정보기술(IT)산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5만여개의 관련 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코로나19 출구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국도 자체 투자를 늘리면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태국 투자위원회는 전날 의료분야에 법인세를 50% 감면하고 부품 관세도 면제키로 결정했다. 스마트 농업 사업도 집중 육성하는 한편, 일본 기업들의 태국 내 전기자동차 생산 투자 사업도 승인했다. 성장 가능성(의료)과 지배적 시장 위치(쌀)를 적절히 결합해 미래 성장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태국은 이날 기준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 수(9명)까지 떨어졌다. 누적 감염자는 2,931명이다. 베트남도 나흘째 신규 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270명의 확진 수치를 유지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