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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악재에 호텔ㆍ항공 인수 난기류… 흔들리는 미래에셋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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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악재에 호텔ㆍ항공 인수 난기류… 흔들리는 미래에셋 투자

입력
2020.04.29 04:30
수정
2020.04.29 20: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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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텔ㆍ리조트 15개, 7조원에 中 안방보험서 인수… “대금 미납”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했지만 잠정 중단 상태

“박현주 회장 화끈한 투자 결정이 코로나 사태로 부메랑 돌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그간 숱한 투자성공 행진 속에 쌓아 온 이른바 ‘박현주 신화’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 호텔 인수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등 ‘글로벌 투자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최근 박 회장이 야심차게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에는 연달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특히 초기 적지 않았던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조차 박현주 신화 앞에 묻혔던 터라, 코로나19 사태로 그간 잠재돼 있던 ‘박현주 리스크’가 오히려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7조원 호텔 인수계약 무산 위기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이 현재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건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15개 호텔ㆍ리조트를 58억달러(계약 당시 환율 기준 6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계약에서다. 이 사업은 국내 금융사가 추진한 대체투자 중 최대 규모이고, 박현주 회장이 상당히 공을 들인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은 이 사업에 총 2조6,000억원을 자체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최대 계열사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을, 나머지 계열사들(미래에셋생명 5,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 1,000억원)도 동참한다. 이 외 4조2,000억원은 미국 현지에서 담보대출 형태로 구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 아래 미래에셋은 지난해 이미 계약금 7,000억원가량을 납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가 덮치면서 계약은 크게 꼬여 버렸다. 미래에셋이 안방보험에 약속한 호텔 인수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호텔 인수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계약은 4월 17일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미래에셋 측에서 인수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미래에셋 측이 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조달과 관련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래에셋 측은 “채권금융(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당장 용이하지 않아 계약을 마무리할 시간을 더 달라”고 안방보험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이 호텔 등을 담보로 4조2,000억원을 미국 현지에서 대출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호텔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이날 “안방보험이 제3자와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안방보험에 소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지난 17일까지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매매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발생해, 다음 달 2일까지 문제 해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안방보험에 대금 미납 사태의 귀책사유가 있다는 주장인데, 그렇다 해도 이번 초대형 호텔인수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상태다.

◇초대형 계약에 허술한 접근도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미국 호텔 산업이 내리막인데 미래에셋이 초대형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1월 미국 호텔의 객실 점유율(45.1%)은 1987년 이후 1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호텔들의 재산가치도 2007년 최고점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 안방보험도 이번에 매각하는 호텔들을 인수한 후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애초 사들인 가격(55억달러)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58억달러에 미래에셋에 팔려고 하는 것이다.

계약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도 발견된다. 중국 안방보험과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 6개 주에 흩어져 있는 호텔 및 리조트들의 서류상 소유주가 안방보험이 아닌 타인 명의로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셋은 6개 주에서 행정소송까지 거쳤다.

업계에선 “7조원 가까운 대형 계약을 진행하면서 계약 당사자에 대한 기본 서류 사항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업을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전에 발 묶일 수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것도 미래에셋을 괴롭히고 있다. 이 또한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상당히 작용한 사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미래에셋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이는 데 부족한 현금 약 5,000억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미 ‘손해 보는 장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상황을 고려하면 인수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예상(2조원)을 뛰어넘는 인수가격(2조5,000억원)을 제시해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조합이 선택됐는데, 지금 상황으론 2조원도 비싸다는 게 인수합병(M&A) 업계의 평가다.

M&A업계 관계자는 “모든 인수전에서 가장 확실하게 이기는 방법은 가격을 비싸게 써내는 것인데, 확실히 당시 HDC현산과 미래에셋은 강공 전략을 택했다”며 “그런데 이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당시 선택이 이들에겐 독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사 인수가 완료되더라도 코로나19 여파가 가라앉고 기업 가치가 회복되기까지 미래에셋의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IB 전문가가 리스크 관리?

금융권 일각에선 미래에셋 내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통상 대부분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에게 최고위험관리자(CRO)를 맡기는데, 유독 미래에셋은 빠른 의사 결정을 명분으로 투자은행(IB) 업무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인사를 줄곧 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위기 상황과 맞물려 미래에셋의 경영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지배구조가 다르지만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 개인의 지배력이 커 박 회장의 의지에 따라 투자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그간 박현주 신화를 만든 화끈한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이 코로나 사태 와중에 오히려 미래에셋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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