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터] 갑자기 실직한 타다 드라이버들 “더 일할 수 있었는데” 
 노조 설립 법적 대응.. “서비스 서둘러 종료하고 책임 떠넘기기만 급급”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치 토론이나 자녀 자랑 없이 조용히 운전하는 기사님,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가다가 애플리케이션으로 편리하게 결제하는 시스템까지. 타다는 기존 택시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였습니다. 고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던 타다 베이직은 도로를 누빈 지 551일만인 지난 10일 시동을 끄게 됐습니다.

하루아침에 운전대를 잃은 타다 드라이버들은 약 1만2,00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을 함께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던 이들은 27일 서울시에서 노조설립신고증을 받고 본격적인 노조 활동에 나섰는데요.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전 대표, 운영사 VCNC 박재웅 대표와 법정 다툼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9일 이 전 대표와 박 대표를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조만간 민사 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이재웅 전 대표는 왜 타다 드라이버들의 적이 된 걸까요?

 ◇우리 행복했는데… 왜 미워하게 된 걸까 
지난 1월 16일 중순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타다 금지법 금지' 대담회에서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드라이버들의 첫 만남은 좋았습니다. 사납금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택시나 수입이 불안정한 대리운전보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근로 조건이 드라이버들의 입장에선 나은 편이었죠. 앱 호출로 고객을 태우니 길에서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고, 월급이 고정급으로 나오니 안정적이었고요. 무엇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드라이버들은 보람과 뿌듯함이 남달랐다고 합니다. 그런 타다를 이끈 것이 이 전 대표이니 당연히 관계는 좋았겠죠.

둘의 사이가 갑자기 틀어진 건 아닙니다. 서비스 운영 중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타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이 일방적으로 차량 수를 줄이면서 갑자기 배차를 받지 못해 사실상 해고를 당하고, 피크타임 수당을 축소하고, 근무 조건을 드라이버들에게 불리하게 바꾸고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구교현 타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2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타다 드라이버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서비스가 유지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불통 문제가 누적되고 사업이 갑자기 종료되자 쌓였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며 “자부심만큼이나 상실감도 크다”라고 토로했습니다.

 ◇타다 1년6개월 더 탈 수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 중이다. 이한호 기자

타다 드라이버들은 하루아침에 사실상 실직 상태입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된 지 나흘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기 때문인데요. 타다 드라이버들이 뿔난 이유는 박 대표와 이 전 대표 등 경영진들이 노력했다면, 적어도 1년 6개월 동안 타다 운전대를 더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타다와 드라이버 모두 상생하며 같이 살 방법을 찾을 수 있었겠지 않냐는 거죠.

실제로 타다와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 중인 ‘파파’ 등은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실제 시행되는 내년 9월 전까지 안정적인 운행을 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는 등 해법을 찾아왔어요. 반면 타다는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중지해 드라이버들의 생계를 끊어 버린 셈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택시나 대리운전 등으로 갈아타는 것마저 어려워지면서 드라이버들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구 비대위원은 “경영진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니 알 수 없다”면서도 “실패한 사업 모델인데 그 책임을 정부와 국회에 떠넘기며 일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유 역시도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인데요. 구 비대위원은 “내년 9월까지는 타다 베이직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거나 정부 지원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경영진은 그걸 안 하겠다고 접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영진 향한 배신감.. “한 순간에 내쳐졌다” 
지난해 11월 운행 중인 타다 차량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드라이버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한 배신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업을 처음하는 사람도 아니고 큰 규모의 인원을 고용해서 운영해봤고, 자기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결정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인데요. 서비스 운영 중단 과정에서 최소한 드라이버들에게 이해를 구하려 하거나 설명을 충분히 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 드라이버들의 입장입니다.

구 비대위원은 "사업을 더 할 수 없다는 이 전 대표의 SNS 글만 보고는 서비스 중단의 진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박재웅 대표의 경우 몇몇 일부 우수 드라이버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고도 한 드라이버는 전하고 있는데요. 구 비대위원은 “사측의 말을 믿었고 타다가 잘 되길 바랐는데, 여객법 개정 후 모든 드라이버들이 한 순간에 내쳐졌다”고 말했습니다.

타다라는 서비스의 시작이 기발하고 혁신적이었던 만큼 끝도 아름다웠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큰데요. 타다 기사들이 다시 안전하고 행복하게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노조는 정부를 향해 혁신의 필요성을 외치던 이 전 대표와 사측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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