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한달 만에 숨진 간호사도… 인도네시아 코로나 사망 의료진 50명 육박
한 젊은 의사의 죽음이 인도네시아를 슬프게 했다. 그는 결혼도 미룬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생을 마감했다.
28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앓던 의사 마이클 로버트 마람페씨가 25일 숨졌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1주일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영상을 올렸다. 당시 그는 자카르타 한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며 동료 의료진에게 안전을 위해 적절한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의사란 환자들을 섬기고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자랑스럽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년간 자신을 지켜준 수호 천사라며 약혼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둘은 이달 11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룬 상태였다. “당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항상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그가 생전에 올린 마지막 글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로 숨진 30번째 의사로 기록됐다.
고인의 약혼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다음날 SNS에 글을 올렸다. ‘결혼식에서 같이 부르기로 한 노래처럼 살겠습니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를 사랑하는 것도 압니다. 다시 만나요, 내 사랑.’ 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은 댓글로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같은 날 자카르타에선 간호사 레노 트리 팔루피씨가 숨졌다. 그는 3월 10일 출산한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다 사망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로 숨진 17번째 간호사로 기록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의료진은 이날까지 47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27명으로 세계 평균(1.5명)에 미치지 못해, 단 한 명의 의료진이 소중한 의료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현지 의사협회가 “우리는 자살 임무가 아니라 전염병과 전쟁을 하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를 달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게다가 현지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초과 근무 등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개인 보호장비 부족 문제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까지 방호복 95만벌을 의료 현장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내 방호복 보급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협력 덕이기도 하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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