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부터 4월 9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를 위해 운영됐던 경북 문경시 경북대구3생활치료센터(문경생활치료센터). 이곳에는 운영 기간 동안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었지만 환자 118명 모두에 대해 3일에 한번씩 X선 촬영과 판독이 이뤄졌다. 실제 폐렴이 확인돼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환자도 나왔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서울 본원과 문경센터 사이에 구축한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체계 덕분에 가능했다. 현장 의료진이 X선 촬영을 하는 즉시 관련 자료가 전자차트(EMR)에 등록됐고, 본원 전문의가 이를 판독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 촬영부터 판독까지 걸린 시간은 채 30분이 안 됐다. 신종 코로나 유행으로 원격진료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문경센터에서는 스마트폰 영상통화 기능을 이용해 문진(7,023건) 및 진료(1,477건) 등 총 8,500건에 달하는 원격진료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입소자 118명 전원이 무사히 퇴소했다. 서울대병원은 문경센터에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하면서도 증상 점검과 진료, 처방은 서울 본원의 의료진에게 맡겼다. 한정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원격진료에 참여한 강은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앞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대면진료가 어려울 경우에 유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경센터 원격진료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총동원됐다. 우선 서울대병원과 지역 의료기관들을 연결하는 대용량 의료영상 저장공간(클라우드 플랫폼)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서울대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문경센터로 이송된 환자의 영상자료를 즉시 판독했다. 문경센터에 입소한 환자들은 자동화된 측정장비를 손가락과 가슴에 장착하는 것만으로 심전도와 혈압, 산소포화도, 심박수와 호흡수 등 생체 신호가 측정돼 본원과 연동된 EMR에 하루 2회 기록됐다. 본원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24시간 관찰할 수 있는 체계다. 또 환자는 하루 두 차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건강상태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했고, 이를 바탕으로 본원의 간호사와의 영상통화를 이용한 문진이 1일 2회 시행됐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중심이 돼 본원 의사들도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이틀에 한번 문경센터 환자들에 대한 영상진료를 시행했다. 격리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나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원격진료(72건)도 더해졌다. 원격진료를 통해 현장 의료진은 검사와 응급상황 관리를, 본원 의료진은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원격진료는 측정치를 신뢰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원에서 간호진을 이끈 허현숙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가정간호사업팀장은 “간호진이 측정장비 사용법을 촬영해서 환자의 휴대폰으로 보냈고 어려움을 호소하면 다시 방법을 가르쳐줬다”라고 설명했다. 측정장비 사용법이 간단한 점도 원격진료의 신뢰성을 높인 요인이었다. 강은교 교수는 “환자들이 각종 수치를 측정하니 의협의 주장이 100%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감염병 유행은 대면진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원격진료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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