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최강자’인 래미안이 돌아왔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7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화려한 복귀전을 치른 것이다. 한때 주택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설이 돌았던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수주에 성공하자, ‘왕의 귀환’이란 말이 나올 만큼 서울 주택 정비사업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2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정기총회에서 126표를 얻어 75.9%의 득표율을 기록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호반건설이 22표, 대림산업은 18표를 획득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은 기존 5층짜리 8개동 180가구를 헐고 35층 6개동 641가구 규모로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2,400억원 수준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반포’라는 상징성에 노른자 입지로 주목을 받은 사업장이다. 조합은 지난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과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12월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두고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래미안’의 아성이 건재하다는 것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택업계 1위 브랜드인 ‘래미안’을 앞세운 삼성물산은 2015년을 끝으로 수주 활동을 멈췄다. 당시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에 밀린 후 수주 활동을 접은 상태였다. 이번 신반포15차 수주는 2015년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이후 5년 만이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래미안 매각설’ 등 갖가지 소문에 시달려왔다. 삼성물산은 그때마다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과열돼 복마전이 되다 보니 참여가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삼성물산이 주택정비사업에 다시 뛰어든 배경에는 정비사업 업계의 ‘클린 수주’ 분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한남3구역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이 과열 경쟁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ㆍ향응을 제공하면 시공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경영 실적 악화가 정비사업 복귀에 한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4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1%나 떨어졌다. 5개 사업부문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그 동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한해 수주물량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던 계열사 공사도 지난해 신설된 하이테크사업부로 넘어가면서 감소 폭은 더욱 커지게 됐다.
삼성물산의 귀환으로 서울 주요지역 정비사업 시장에서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래미안은 그 동안 국가고객만족도(NCSI) 아파트 부문 22년 연속 1위, 국가브랜드 경쟁력지수(NBCI) 17년 연속 1위, 한국 산업의 브랜드 파워(K-BPI) 19년 연속 1위를 수상하는 등 국내 아파트 브랜드 가운데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말 예정인 반포1단지 3주구 시공사 선정에도 도전장을 낸 상태다.
하지만 래미안 브랜드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엔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였지만, 경쟁사들도 고급화를 통해 간격을 메워 삼성물산의 독주는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건설사간 고급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주거문화 혁신, 주택 품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 “시장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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