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아닌 31만8000명 추정”… 외신들 통계 오류 지적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사람이 공식 통계를 훨씬 웃돌 것이란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체 희생자 수의 60%가 코로나19 사망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소 집계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아니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감염병 확산 억제 노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퍼진 유럽 14개국의 올해 3,4월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에서 최근 5년(2015~2019년) 평균보다 약 50% 증가한 12만2,000명의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망으로 보고된 7만7,000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런 평균 격차를 전체 발병 국가에 적용했을 때 코로나19 희생자는 공식 통계 20만1,000명(26일 기준)보다 60% 더 많은 31만8,000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집중 발병 지역인 이탈리아 베르가모시와 미국 뉴욕시는 각각 464%, 200%나 수치가 뛰었다.
코로나19 사망 관련, 통계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21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미국, 유럽 등 11개국에서 최근 수년과 비교한 초과 사망 건수가 코로나19 공식 사망 사례보다 3만6,000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괴리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로 ‘병원 외 집단 사망’이 지목되고 있다. 요양원 등 노인주거 시설이 대표적이다. 시설에서 숨진 고령자는 많지만 실제론 적은 수가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FT에 “병원에서 숨진 코로나19 희생자만 국내 집계에 포함돼 사망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이들의 숫자가 압도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제한된 진단ㆍ검사도 오류를 확대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첫 발병 시점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 사망 집계 수치는 크게 달라진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령 터키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터키 정부가 첫 확진 사례를 발표하기 전인 2월에도 코로나19 사망자는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검사가 없던 탓에 공식 통계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각종 통제조치 여파로 사망을 유발하는 다른 요인의 기여도가 줄어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늘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마케타 페치홀도바 체코 프라하경제대 인구통계학 교수는 FT에 “교통사고나 직업적 부상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다소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사고를 당해 죽는 사람이 적은데도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면 그 간극은 코로나19 희생자가 메웠을 것이란 추론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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