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관련 금융 상품에 대규모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한 자산운용사의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공방이 소송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갑자기 운용 방식을 바꿔 기대했던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운용사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방침”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유 ETF인 ‘KODEX WTI 원유 선물(H)’ 투자자들은 일방적인 펀드 운용방식 변경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인 소송을 예고했다. 지난 23일 개설된 소송 관련 온라인 카페에 5,0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렸고, 카페를 통해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기준 2,280명에 이른다.
상황은 이렇다. 삼성자산운용은 유가 급락한 23일 해당 상품의 운용 방식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는데, 기존에 이 상품이 담고 있던 6월물(79.2%) 비중을 32.9%로 줄이고 7월물(19.3%), 8월물(19.8%), 9월물(9.4%),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USO·19.6%)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측은 유가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급락해 해당 선물을 담은 ETF의 순자산 가치가 0이 돼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운용은 홈페이지에 “현재 보유 중인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진입하면 투자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어 운용방식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이 별도 사전 고지 없이 월물을 교체해 해당 선물이 유가 상승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1일 배럴당 11.57달러에서 삼성운용이 방식을 변경한 23일 16.5달러로 이틀 만에 약 43% 급등했다. 다만 수익률 저조는 21~22일 이틀간 6월물 WTI 선물 가격이 -61.8% 하락할 때 ETF 가격은 -40.8% 떨어지는 데 그쳐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다는 게 삼성운용 측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글을 올려 “엄중한 감사와 처벌, 원래 얻을 수 있는 수익 복구 등 손해배상안을 강구해달라”고 청원한 상태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운용 방식 변경이 불가피했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의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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