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당선 84명 중 여성 8명뿐... “여성 시각 반영에 한계” 우려
“여성 중진 의원을 찾아볼 수 없다.”
4ㆍ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 3선 이상 여성 당선자가 한 명도 배출되지 못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통합당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는 지역구 당선자 84명 가운데 여성은 8명뿐이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가운데 ‘최다선’은 재선인 김정재ㆍ임이자 의원이고, 나머지는 전부 초선이다. 3선 이상 당선자 24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여성 중진 그룹을 형성할 수 있었던 나경원(4선)ㆍ박순자ㆍ이혜훈(이상 3선)ㆍ이언주(재선) 의원이 낙선했고, 박인숙(재선) 의원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보다 사정이 낫다. 여성 중 김상희ㆍ김영주 의원이 4선 반열에 올랐고, 3선이 되는 재선 의원도 7명에 이른다. 소수정당인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각각 심상정, 권은희 의원이 각각 4선과 3선으로 중진 역할을 맡는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만큼 초선이든 중진이든 의회에서 행사하는 표의 가치는 같다. 그러나 국회의장단뿐 아니라 교섭단체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같은 요직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끼리 경쟁해 나눠 갖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당 지도부도 대개 중진들의 몫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 중진 의원들의 씨가 말라버린 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고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나경원 의원)를 배출했던 통합당이 이처럼 ‘퇴보’한 데는 지역구 당선자 규모가 쪼그라든 것이 1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좀 더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천 과정에서 여성 배려에 소홀했던 게 더 큰 이유다. 그나마 비교 우위에 있는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 30% 여성 후보 공천’을 권고조항으로 두고 일찌감치 지역구를 정해 출마를 준비해 온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와 비교하면 통합당은 애초부터 토양 자체가 부실했던 셈이다.
3선 이상이 되는 당선자 50명 중 여성이 9명뿐인 민주당도 좋은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을 30% 이상 공천하는 규정을 아예 입법화하는 등 여야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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