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이종필ㆍ김봉현은 검거됐지만 횡령 주범 메트로폴리탄ㆍ리드 회장 잠적
1조원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 핵심 피의자들이 검거되면서 5개월을 끌어온 라임 사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라임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거액 횡령 사건과 관련된 주범들은 여전히 종적을 감추고 있어 수사 마무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 전 부사장은 라임의 투자 전반을 설계하고 실행한 인물인 동시에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풀어갈 핵심 피의자다. 전주(錢主)인 김 회장은 라임 사태가 터진 뒤 라임을 살리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서슴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구속됐고, 이날 수원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김 회장도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도피 행각을 벌이던 이들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라임 사태의 전말을 밝힐 핵심 진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라임 관련 기업들의 횡령 범죄에 연루된 주요 피의자들의 소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라임이 조성한 펀드 자금이 2,000억원 이상으로 서울, 제주, 필리핀 등에 부동산 시행 사업을 벌인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이 해외로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을 통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해 놓았다. 메트로폴리탄이 진행한 부동산 사업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서 대부분 회수 불능의 ‘C등급’을 받았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의 시발점이 됐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또 다른 김모 회장도 잠적했다. 리드의 8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김 회장만 형사처벌을 피해갔다. 김 회장은 리드에 투자를 해준 대가로 구속된 이 전 부사장과 전 심모 신한금융투자 PBS 팀장 등에게 명품시계와 가방, 고급 외제 승용차 등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명의 ‘김 회장’ 외에도 중국, 마카오 등을 오가며 도주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증권사 출신 김모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CFO)도 김봉현 회장과 함께 160억원대 수원여객 횡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이사는 김봉현 회장,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 등과 함께 어울리며 정치권 인사 로비에도 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라임의 투자를 받아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을 연달아 인수한 이모 회장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이 회장 관련 기업인 에스모, 에스모머티리얼즈, 디에이테크놀로지 등을 잇달아 압수수색해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임의 자금을 제대로 가져다 쓴 사람은 김봉현 회장이 아니라 이 회장”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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