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ㆍ행정부 내에선 우려
트럼프 의중 반영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소련군의 협력을 상징하는 ‘엘베강의 조우’ 75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내고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미ㆍ러 정상이 엘베강의 조우를 기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건 10년만이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1945년 4월 25일 미군과 소련군이 나치 독일군을 서쪽과 동쪽에서 협공해 들어가다 엘베강에서 만난 날을 기념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배포된 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엘베강의 파손된 다리에서 양국 군대가 만나 악수한 것이 나치 정권의 결정적 패배를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협력의 상징인 ‘엘베 정신’을 강조했다. 성명은 “엘베강의 조우는 1942년 유엔선언의 틀 아래 힘을 합친 많은 국가와 국민 간 노력의 정점을 보여준다”며 “어떻게 이견을 제쳐둔 채 신뢰를 구축하고 더 큰 명분을 추구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사례”라고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베강의 조우를 기념하는 공동성명이 나온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직전 성명은 2010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발표했는데, 이는 양국이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성명 발표 직전 미국은 러시아와 장거리 핵무기를 줄이는 신(新)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에 서명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성명은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표돼 미 의회와 행정부 내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일부 관리는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엄중한 메시지를 약화할 수 있다”며 이번 성명 발표 결정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군사적 행동으로 미군을 위협하고, 시리아 내전 개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가짜정보 유포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푸틴 대통령에 친밀함을 꾸준히 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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