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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풀어줄 수학은 생존무기” 코로나19 시대, ‘인생 수학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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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풀어줄 수학은 생존무기” 코로나19 시대, ‘인생 수학책’이 뜬다

입력
2020.04.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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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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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 출판계에서 교양 수학책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강제’ 홈스쿨링으로 인해 수학책을 학습교재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폭발한 게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논리적 사고와 문제풀이 능력을 키워주는 ‘생존무기’로 수학책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학책은 교양 과학 분야에서 불모지였지만,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4월1째주 교보문고 교양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이 차지했다. 과학고전으로 이 분야 부동의 선두를 유지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는 2위로 밀려났다. 또 다른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도 4위로 쳐졌다. 교양과학 분야 상위 20위권 안에는 ‘수학의 쓸모’(더퀘스트), ‘이해하는 미적분수업’(바다출판사) 등 수학책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교보문고가 올 1월부터 집계한 교양 수학부문 판매 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책. 왼쪽부터 ‘이상한 수학책’, ‘수학의 쓸모’, ‘수학이 필요한 순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길 위의 수학자’.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보문고가 올 1월부터 집계한 교양 수학부문 판매 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책. 왼쪽부터 ‘이상한 수학책’, ‘수학의 쓸모’, ‘수학이 필요한 순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길 위의 수학자’.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양수학책의 성장세는 올해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같은 동기(1월부터 4월 20일까지) 대비 판매율은 2019년 25.6%이었는데 2020년엔 46.7%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2017년과 2018년에는 신장률이 마이너스였던 것과 비교하면, 교양 수학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인플루엔셜)’이 교양 수학책 열풍을 이끈 이후, 상품 가능성을 확인한 출판사들이 앞다퉈 ‘픽’한 영미권 수학책들이 올해부터 번역돼 쏟아져 나온 것도 수학책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주요 독자층은 40대 여성이다. 교보문고에 의뢰해 올해 교양 수학 관련 도서 구입자들을 분석한 결과, 40대가 49.1%로 가장 높았는데 그 중 여성이 31.4%, 남성은 17.7%였다. 50대는 22%, 30대는 13.9%로 뒤를 이었다. 자녀들을 ‘수포자(수학을포기하는자)’로 키울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강한 교육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사태로 3월 개학이 연기되고 아이들의 학습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부모들이 홈스쿨링 교재로 교양 수학책 구입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상한 수학책’을 만든 북라이프 양은경 편집팀장은 “인터넷 맘 카페에 따로 홍보를 했던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상한 수학책’의 한 장면. 예일대 출신의 수학교사 벤 올린은 일상 속 수학 개념을 재미있는 그림으로 풀어낸다. 북라이프 제공
‘이상한 수학책’의 한 장면. 예일대 출신의 수학교사 벤 올린은 일상 속 수학 개념을 재미있는 그림으로 풀어낸다. 북라이프 제공

아이들 교재로 많이 활용된다 해서, 수학 공식이 난무하는 ‘수학의 정석’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요새 인기를 끄는 교양 수학책엔 단순 연산과 수식, 기호는 금기다. 대신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사고력, 논리력을 키워주는 내용들과 사회 현안을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 분석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가령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를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가 귀신처럼 개인별 맞춤 영화를 추천해주는 비결 등등을 통계와 확률로 풀어내는 식이다.

과학저널리스트인 강양구씨는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와 통계를 이해하는 건 생존 능력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지면서, 수학적 사고 방식으로 세상의 문제와 사회 현안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교양 수학책의 전성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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