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초기 침입 경로가 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발열 등의 증상이 없더라도 후각 마비 등이 온다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고, 마스크 착용을 통해 코로 인한 감염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4일 “코점막의 배상세포와 섬모세포가 코로나19 인체 감염이 시작되는 초기 침입 루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유전자 서열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폐 코 눈 장 심장 등 20여개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코의 배상ㆍ섬모세포가 코로나19의 1차 감염 경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어 눈의 각막세포와 장의 점막 상피세포가 뒤를 이었다.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연구진들이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은 세계적 의학저널 네이처메디신에 게재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그간 코로나19 환자들이 보여준 후각 마비 증상의 원인을 설명해준다. 지난달 22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미이비인후과학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중 상당수가 후각 상실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중 최초로 코로나19에 감염된 루디 고베어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사흘간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코로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신경계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우한의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이 확진자 214명을 관찰한 결과 36%의 환자들이 후각 손상 등 신경 통증과 같은 말초신경계 징후나 근육통ㆍ현기증ㆍ두통 등 중추신경계 증상을 보였다고 10일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코를 통해 침입한 바이러스가 뇌까지 건드릴 정도로 파괴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월 27일 중국 길림대와 일본 리켄뇌과학연구소는 국제학술지 메디컬바이올로지에 공동 연구결과를 공개해 “코를 통해 감염된 경우 바이러스가 폐가 아닌 뇌에서만 검출된 경우도 있다”며 “이는 뇌의 영역 중 심장과 폐의 기능을 조절하는 연수부위를 망가트려 더 높은 치사율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질병관리본부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이날 “마스크로 코를 완전히 막아 코로 인한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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