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검사에 정확한 실태 파악 불가
보이지 않는 감염ㆍ사망자 만연 우려
일본에서 변사 처리된 사망자가 뒤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감염 실태 파악을 위한 공격적인 유전자증폭(PCR)검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감염ㆍ사망자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22일까지 변사 처리된 사망자 중 15명이 코로나19 감염자로 판명됐다. 도쿄도에서 9명, 사이타마ㆍ효고현 각 2명, 가나가와ㆍ미에현 각 1명이었다. 대부분 자택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한 사례였고 노상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 변사 사건의 경우 검시 과정에서 PCR검사가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증세 악화로 사망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여전히 검사에 소극적이다. 의료붕괴를 막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감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폐렴이나 호흡기 질환이 많은 고령 사망자인 경우 PCR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감염 여부를 모른 채 사망 처리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는 일본의 PCR검사 체계와 직결돼 있다. 증상을 호소하는 의심환자에 대한 검사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망자에 대한 사후 검사를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보건당국은 △37.5도 이상 발열 상태 4일 이상 지속 △강한 권태감과 호흡곤란 증상인 경우만 상담을 거쳐 보건소 등에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코로나 검사 기능부전’이란 기사에서 “일본의 검사 체계가 감염자 확산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현재 증상이 나타난 후 양성 판정까지의 기간은 평균 7.3일로, 이달 초에 비해 되레 1.8일이 늘어났다. 이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동안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거나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하루 진단ㆍ검사 2만건 실시를 공언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40% 수준인 8,000건 안팎에 머물고 있다. 민간시설의 검사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일반병원에서도 사실상 검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산소포화도(SPO2) 93% 미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된 바 있다.
양성 판정을 받았어도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사이타마현에선 21일 경증환자인 50대 남성이 자택요양 중 사망했고, 14일에도 70대 남성이 자택요양 중 증상이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성 장관은 전날 “경증환자의 숙박시설 요양을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당초 확진자는 모두 입원시킨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달 초 감염자 급증으로 인한 병상 부족으로 무증상ㆍ경증환자에게 자택이나 숙박시설 요양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숙박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선 불가피하게 자택 요양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있다. 자택 요양시엔 가족 간 전염 우려가 있는데도 안일하게 대응해 사망자가 발생하자 역시 뒤늦게 땜질 처방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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