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될 줄 알았던 프로젝트가 개시 됐다는 것만으로도 수주 가뭄에 목말랐던 조선업계엔 단비 같은 존재다.”
“기술력으론 몇 수 아래라 생각했던 중국에 첫 수주를 내준 건 적잖은 충격이다.”
조선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했으나, 업계에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오일 머니가 말라 프로젝트를 연기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며 카타르가 예정대로 발주를 했다는 건 반가운 일. 하지만 LNG 운반선 건조 기술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했던 한국 조선업계가 첫 수주를 중국에 내줬다는 사실은 당혹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24일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는 22일 중국선박공업(CSSC)와 200억 위안(약 3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LNG선 정식 발주 전에 체결하는 슬롯(건조공간) 확보를 위한 것으로, 첫 정식 발주 물량은 CSSC의 자회사인 후동중화조선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은 ‘8척 건조+8척 옵션’ 형태로 총 16척 건조 계약으로 알려졌으며, 선박 인도 시기는 오는 2024년과 2025년이다.
이번 계약은 카타르가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LNG 프로젝트의 신호탄이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톤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대폭 확대하고 증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LNG운반선 발주에만 최소 13조3,000억원에서 최대 2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수주를 따낼 것으로 기대해 왔다. LNG 운반선 건조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72만 CGT(Compansated Gross Tonageㆍ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이 중 90%인 65만 CGT를 중국이 수주했는데, 이중 56만 CGT는 자국 발주 물량이다. 한국은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가 없어 3만 CGT(1척)에 그쳤다. 중국을 제외하곤 전 세계 조선업계가 수요 절벽에 내몰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심 독식을 기대했던 초대형 프로젝트의 첫 계약을 중국에 내준 셈이니 위기감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는 한국이 전 세계 90~100%의 LNG선 물량을 독점해왔지만, 이번 카타르 수주전에서 중국이 저렴한 가격에 LNG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경우 한국 조선업계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을 제외하고도 아직 10조~23조원의 추가 발주량이 남았기 때문에 국내 조선3사는 나머지 물량을 싹쓸이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후동중화의 LNG선 연간 생산능력은 5척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국 조선3사는 50척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카타르 가스를 중국이 사주는 조건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후동중화가 실제 경쟁 입찰에서 국내 업체들을 제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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