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6살 아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42)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거주지 안방에서 아내와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현장에선 피해자들이 저항하거나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었고, 범행 도구 등 뚜렷한 물증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조씨가 사건 당일 오후 8시 56분 집에 도착한 뒤 다음날 오전 1시 35분쯤 나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로 찍혔을 뿐이었다. 경찰은 숨진 모자의 위(胃) 속 음식물 등 분석을 통해 사망시간 범위를 좁혀 그 시간대에 집에 있던 조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조씨는 수사와 재판에서 혐의를 끝까지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던 숨진 모자의 사망 시각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조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각이 대부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고 제3자의 범행은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도구는 물론,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조씨가 치밀한 계획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조씨가 사건 후 영화 '진범'을 다운받아 시청한 점도 들면서 “(영화에서) 흉기가 범행 도구였고 혈흔을 닦은 옷을 진범이 숨겨버려 체포되지 않게 됐으며, 죽은 피해자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현장을 떠난 점 등이 이 사건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조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오랫동안 불륜 관계에 있던 조씨가 아내가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자 강한 분노의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공판 진술에서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도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초범이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밝혔다.
선고 후 유족들은 “재판부에서 탄원서 내용을 많이 인정해줘 감사하다. 직접 증거가 없어 무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확한 정황 증거들이 있었기에 유죄로 판정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떤 형벌이 나오더라도 만족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저희 곁에 없다”며 “연약한 아이와 여자의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빼앗고 끝까지 자기 범행을 부인하는 것 자체가 저희 유족들에겐 한으로 남을 거 같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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