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뼈아프게 보여주고 있듯이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사고 당시 무능과 무책임함을 넘어 아예 부재했고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극을 빚고 말았다. 더욱이 구조를 방기했던 박근혜 정권은 사고의 원인 파악과 수습에 애쓰기는커녕 방해에 나섰고, 여당이었던 정치 세력은 야당이 되어서도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가로막았다. 그로 인해 아직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가족들에게 다시금 깊은 상처를 주고 있지만, 세월호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하게 살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며 국가가 마땅히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임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진전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비록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참사를 소추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을 든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잘 대처해온 것 또한 일차적으로는 의사 간호사, 보건 공무원, 간병인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 노동자 등의 헌신 때문이겠으되 세월호의 기억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신속하고도 투명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세월호의 경험을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6주기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마주하는 정부의 자세와 대책에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안전과 행정의 투명성ㆍ민주성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진 만큼 정부가 ‘세월호의 교훈’을 충분히 되새기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비극을 야기한 구조적 원인으로 빈번히 제기되었던 것은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였다. 기업의 이윤 확대와 양적 성장을 곧 ‘국익’으로 등치시키는 한편 긴축재정으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공지출을 오히려 제한하고 각종 규제를 약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의 광풍이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새정치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적가치 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은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했으며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웠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행보는 그 같은 주장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생명ㆍ안전 규제를 무력화하는 규제샌드박스5법, 개인정보ㆍ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기는 데이터3법, 기업 이익을 건강권에 우선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내지 못한 산업안전보건법 등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혁신 성장’의 이름으로 강행한 법안 제ㆍ개정 사례들은 차고도 넘친다.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어떠한가. 이제까지 발표된 200조원 이상의 코로나19 지원은 대부분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뒤늦게 고용총량 유지가 기업 지원의 전제로 제시되었지만 그 조건과 비정규직 포함 여부는 불투명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논란은 여전히 긴축재정의 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의 주역인 보건의료ㆍ돌봄 노동자의 처우나 공공의료 확대보다는 정보통신기술 활용 사례를 4차산업혁명 산업으로 연결시키는데 더 적극적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시 공중보건보다는 바이오산업 도약이라는 차원을 우선해 접근된다. 이것이 ‘세월호의 교훈’을 담고 있는 모습일까. 우리 사회가 세월호의 의미를 온전히 기억하고 희생자들에게 진 빚을 갚기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김상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