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5년차 외국인선수 세징야(31ㆍ대구FC)는 지난해를 ‘인생 시즌’으로 꼽는다. 대구가 K리그2(2부리그)로 내려앉았던 2016년 입단한 뒤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팀의 돌풍을 이끈 데다, 도심에 마련된 새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무려 9차례의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K리그 개막이 미뤄진 건 무척이나 아쉽다. 다음달 8일 개막이 확정됐지만 당분간 무관중 경기가 열리게 되면서 팬들과 만날 날은 아직 기약할 수 없다. 세징야는 24일 본보와 서면인터뷰에서 “지난해는 굉장히 환상적인 해였고,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 너무 의미 있었던 한 해였다”며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늦어졌지만 가득 채워진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
세징야는 지난 시즌 15득점 10어시스트로 대구 입단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재작년 FA컵 우승으로 누빌 수 있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서의 활약도 소중한 경험이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며 “개막이 미뤄져 매우 아쉽게 생각하지만 올해 ACL 재도전 등 대구 선수들과 함께 이뤄야 할 게 많은 만큼 발전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가 이번 시즌을 벼르는 데는 침체된 대구 분위기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도 크다. 연고지인 대구 지역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민들에게 어느 해보다도 큰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대구지역)코로나19 확산 초기엔 대구에 있는 나뿐만 아니라 브라질에 있는 가족들의 걱정도 컸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지침을 잘 따라 손 소독 등 예방을 철저히 했고, 훈련 외 시간엔 대부분 집에만 지내면서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브라질 가족들도)한국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직도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순 없지만 방역 대처 능력은 대단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해 대구엔 세징야를 시작으로 에드가(33), 츠바사(30)까지 지난 시즌 상승세를 주도한 외국인 군단이 올해도 건재하다. 여기에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골잡이로 꼽히는 데얀(39)이 가세하면서 공격자원은 한층 풍부해졌단 분석이다. 세징야는 “데얀은 훌륭한 선수”라며 “팀의 흐름과 경기 운영에 잘 녹아 들어 함께 좋은 시즌을 치르고 싶다” 했다. 이와 함께 김대원(23), 정승원(23), 신창무(28) 등 국내 선수의 활약에도 기대를 걸었다.
K리그 통산 41골 36도움을 기록중인 그는 이번 시즌 도움 4개를 더하면 40(골)-40(도움)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도움왕’을 새 시즌 목표로 설정한 그는 “대구의 리그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언젠가는 우승의 꿈도 꼭 이뤄질 것”이라고 각오와 희망을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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