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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내수ㆍ수출 부진한데… 값싼 중국산 수입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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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내수ㆍ수출 부진한데… 값싼 중국산 수입 ‘이중고’

입력
2020.04.24 17:14
수정
2020.04.24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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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중마동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남 광양시 중마동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경기 침체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수입 증가라는 또 다른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 철강 공급지인 중국이 코로나19로 급증한 철강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판로가 좁아진 상황에서 내수시장을 두고도 중국산과 힘든 경쟁을 치러야 할 처지다.

◇중국산 철강의 공습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중국의 철강 유통 재고는 2,601만톤을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기보다 45.9% 많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국 철강업계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설비 가동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철강협회는 중국 철강 재고가 적어도 5월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산적한 철강 재고를 내수 시장에서 다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한국 시장을 상대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코로나19 충격 만회를 위해 경기부양에 나설 채비를 하면서 최근 철강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와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 없이는 엄청난 양의 재고를 소진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량은 급증했다. 무역협회의 대중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철강재 수입액은 8억1,57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증가했다. 2월만 해도 대중 철강재 수입액(4억1,05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34.5%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급반전된 셈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전세계 철강 수입량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월 32.1%에서 3월 42.5%로 급증, 중국 철강의 저가 공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건설 등 국내 수요 산업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가 줄이기 필요성이 커진 터라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 소비를 늘리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체들도 수출이 막혀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서 국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가 물밀 듯 들어올 경우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올해 대중국 철강제품 수출입액. 강준구 기자
올해 대중국 철강제품 수출입액. 강준구 기자

◇국내 철강 실적, 10년 전으로 후퇴

이런 가운데 국내 1, 2위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날 시장 예상대로 대폭 악화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4% 급감한 7,05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나 쪼그라들었다. 양사 매출 또한 1년 전보다 각각 9.2%, 8.0%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 제조업 공장의 ‘코로나 셧다운’ 영향이 반영될 2분기 이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35%와 82.9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으로 보면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10년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철강협회는 올해 철강재 내수 판매량이 2009년 이후 11년 만에 5,000만톤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해(3,040만톤)까지 9년간 유지된 ‘3,000만톤 이상 수출’ 행진도 종료될 걸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바레인, 말레이시아산 철강재 수입도 늘어나는 추세라 한국 시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잉여 철강재 처분의 각축장이 될 수도 있다”며 “국내 철강시장 보호를 위해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마련하는 한편 국내 유통사들의 무분별한 수입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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