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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담] “김종인은 ‘킹 메이커’가 아닌 ‘킹’이 되려 하나”…통합당 반발 이유는

입력
2020.04.25 1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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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6일 오전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4ㆍ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황교안 대표의 전격 사퇴로 리더십 공백 사태에 직면했다. 혼선 끝에 통합당은 24일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이번 선거를 지휘했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간판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28일 예정된 전국위원회 최종 추인 절차가 남았고, 내부 반발도 여전하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전제로 막강한 권한을 요구한 게 결정적 이유다. 여기에 더해 차기 당권ㆍ대권주자의 신경전도 시작된 상황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을 둘러싼 통합당 내부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선거 패배 직후 곧장 김종인 카드가 제기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영등포 청정수(청정수)= 총선 당일 패배를 직감한 황 전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 전에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을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황 전 대표가 당을 떠나며 김 전 위원장에게 이런 요청을 한 배경을 두고, 당내의 다른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이 당권을 잡는 걸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오늘은 언해피핑크(언해피)= 황 전 대표가 무너진 당을 재건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을 적임자로 선택했다는 얘기는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황 전 대표의 입장과 달리 김 전 위원장은 당 재건 작업을 발판 삼아 차기 대권 등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에 호응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돌아봐= 선거 패배 직후 실제로 통합당이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나요.

꺼진불도다시보자(꺼진불도)= 참패의 충격 때문인지 총선 다음날까지 통합당 지도부는 두문불출했어요. 선거 이틀이 지난 17일에야 위기 수습을 위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죠. 이 자리에서 비대위 체제로 가닥을 잡았고 원내대표인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나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죠. 하지만 심 권한대행이 현역 의원이나 당선자들 의견 수렴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분란이 이어졌죠.

청정수= 중진 당선자 그룹을 중심으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엇갈린 생각들도 사방팔방으로 표출됐죠. 당권을 노리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조속히 개최해 당을 수습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내대표를 노리는 김태흠 의원도 “외부인사는 안 된다”고 거부했죠.

돌아봐= 김 전 위원장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번 선거를 지휘했습니다.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이는데 통합당에서 김 전 위원장을 다시 소환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 선거가 한창일 때부터 당내에는 “선거에서 지면 황교안 대표는 사퇴하고 비대위가 들어서면 위원장은 김종인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김 전 위원장이 총선 2주 전에야 당에 합류해 패배 책임을 묻기 어려운 데다 2주라는 길지 않은 기간임에도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선거 기간 통합당에 정말 필요했던 중도 이미지를 더했고 위기 상황마다 판단도 빠르고 적절했다는 얘기가 많았으니까요.

언해피= 당 내부에서는 총선 참패의 원인을 선거사령탑이었던 김 전 위원장에 묻기보다는 ‘공천’이나 ‘황교안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김 전 위원장이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등판했는데 ‘누가 와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판이었다’는 공감대가 있었죠. 김 전 위원장 외에 뾰족한 카드가 없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돌아봐=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대한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은데요. 김 전 위원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이유가 무엇인가요.

찍고= 이번에 비대위가 들어서면 통합당 입장에서는 10년간 8번째 비대위입니다. 그간 비대위 체제를 해볼 만큼 해본 셈인데, 성공했다는 평가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거의 유일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사였고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였습니다. 김종인 체제에 반대하고 자강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박근혜 비대위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당 사정을 잘 모르는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죠.

미래통합당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심재철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미래통합당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심재철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돌아봐=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수락을 전제로 막강한 권한을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인가요.

꺼진불도= 비대위원장 물망에 오른 김 전 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2년 뒤에 있을 대선 준비 때까지 당에 있겠다고 의사를 밝힌 것이 결정타가 됐어요. 당내 전화설문조사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던 상당수 인사들도 김 전 위원장이 과도하게 전권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돌리는 분위기였어요.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2년 동안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당이 2년 동안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인데 그런 당이라면 오히려 해체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어요.

청정수= 김 전 위원장은 내부 문제를 정리하라며 ‘총의’를 모아올 것을 사실상 요구했습니다. 이후에도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선뜻 밝히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여줬죠.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20일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며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밀당’을 거치며 통합당 지도부는 현역 의원과 당선자 142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총의를 모은 뒤 '김종인 비대위'로 결론을 냈습니다. 지휘봉을 잡기도 전에 땅을 다져놓는 김 전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그가 ‘킹메이커’가 아닌 ‘킹’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기간 기자들과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야권에서) 뚜렷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후 '김종인 비대위' 일지. 강준구 기자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후 '김종인 비대위' 일지. 강준구 기자

돌아봐= 김 전 위원장이 과연 통합당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요.

언해피= ‘당 해체 후 재창당’에 버금가는 수준의 쇄신이 있지 않고선 당분간 회생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통합당 전반에 패배의식이 너무나 짙게 깔려 있어 당 재건은커녕 총선 패배 수습도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21대 국회가 개원한다고 하더라도 슈퍼여당에 한동안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소통관에 소통령= 김 전 위원장이 들어서면 여당 견제 메시지에는 힘이 실릴 듯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인 경제 문제를 집중 부각할 수 있죠. 총선에서 긴급재난기본금 쟁점화에 역할을 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이었어요.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순항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조만간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당내 일부 세력이 새 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죠. 여기에 현재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당내 기류를 흔들 수 있는 중진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중진들의 반발을 어떻게 다스리냐 여부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향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키가 될 것 같습니다.

청정수=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수도권 참패는 통합당이 중도층 유권자에게 소구하는 능력을 잃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김종인 비대위 출범만으로 이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죠. 이미 총선이 끝나 김 전 위원장이 당내 리더십 관건인 공천권을 휘두를 수도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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