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심에서 유ㆍ무죄 판단이 엇갈렸던 가수 조영남(75)씨의 대작(代作) 그림 판매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대법원은 미술학계 전문가 등을 불러, 조씨 사건처럼 미술작품 제작에 2명 이상의 사람이 관여한 경우, 이를 작품 구매자들에게 사전에 알려줘야 하는지 여부에 관해 집중적으로 심리할 계획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오는 5월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의 공개변론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조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송모씨 등에게 주문한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해 자신의 서명을 넣은 뒤 팔아 총 1억8,1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송씨에게 1점당 10만원 상당의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송씨에게 임의로 표현해 오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이렇게 건네받은 그림에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한 뒤 자신의 서명을 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자신이 이러한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마치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1심은 조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부분의 작업을 다른 작가가 완성하고 마무리에만 일부 관여한 작품은, 그의 온전한 창작물로 볼 수 없는데도, 구매자들에게 창작 표현 작업이 타인에 의해 이뤄진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미술작품은 화투를 소재로 하는데, 이는 조영남의 고유 아이디어”라며 “송씨는 조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미술사적으로도 도제 교육의 일환으로 조수를 두고 그 과정에서 제작을 보조하게 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이를 범죄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개변론에는 검사와 조씨 측 변호인, 예술분야 전문가 등이 나와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작화가와 보조자(조수)의 구별기준 △제3자가 참여한 작품 제작 방식을 구매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미술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인지 여부 △조씨가 그렸다는 사실이 작품 구매의 본질적인 동기인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이 열리는 28일 오후 1시10분부터 방청권을 배포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네이버TV, 페이스북 라이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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