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중 1만명 이상이 요양시설 내 노인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 발병국에서도 요양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한 감염병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자체 집계 결과 양로원을 포함한 장기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로 최소 1만78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까지 미국 내 사망자가 4만7,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망자 5명 중 1명 가량이 요양원에서 나온 셈이다. WSJ는 “미 전역의 요양시설 최소 4,800곳에서 환자와 직원 등 5만6,000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스페인ㆍ프랑스ㆍ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에선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요양시설 내 사망자 비중이 각국 전체 사망자의 절반 안팎에 달한다. 영국은 정부 공식통계상 요양원 내 사망자가 220여명이지만, 가디언은 주요 지역 요양원들의 대표기관 격인 케어잉글랜드 집계를 인용해 이미 지난주에 7,5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들 요양원은 시설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해 바이러스 확산에 극히 취약하다. 다인실에서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간병인이 방을 옮겨 다니며 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감염 매개체가 될 우려도 크다. 훨씬 더 본질적인 이유는 진단ㆍ검사 부족이다. WSJ는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들이 다수 거주하지만 진단ㆍ검사 장비 확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요양원 발병ㆍ사망 사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만 해도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130만명 중 과반이 75세 이상 초고령층인데다 각 주(州) 보건당국이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요양원 관련 사항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를 의식한 듯 시마 버마 미 의료서비스센터(CMS) 센터장은 “앞으로 요양원은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CDC에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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