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의 야심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박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HMM에서 발주한 2만4,000TEU(길이 20피트의 컨테이너 2만4,000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중 첫 번째 선박이 인도되면서다.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에서 추진해 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첫 결실이다.
HMM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에서 제1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HMM 알헤시라스’호로 명명된 이 선박은 2018년 9월 계약한 12척의 2만4,000TEU급 선박 중 첫 번째로 인도된 것이다. 알헤시라스호는 24일 중국 청도로 출항해,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 “12척의 배, 충무공처럼 해운 산업 위상 되살릴 것”
이날 명명식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해운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결국 극복했다”며 “오늘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으로 대한민국 해운 재건의 신호탄을 세계로 쏘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띄웠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 명명식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400여년 전 충무공께서 ‘열두 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했듯, ‘열두 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살리게 될 것”이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배를 알헤시라스호로 명명합니다. 이 배와 항해하는 승무원 모두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합니다”란 송사와 함께 명명줄을 절단했다.
이 밖에도 이날 명명식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돌걸 한국산업은행 회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배재훈 HMM 대표 등 관계자 160여명이 참석했다.
HMM은 2018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시장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국내 조선 3사와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선박 20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2만4,000TEU급은 이번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9월말까지 1, 2주 간격으로 대우조선해양 및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각각 6척과 5척을 추가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 받을 예정이다.
첫 선박의 이름인 알헤시라스는 스페인 항구에서 따왔다. 알헤시라스 터미널은 유럽과 남미를 잇는 남북항로와 아시아, 북미를 잇는 동서항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지중해·북유럽·북미까지 이어지는 최적의 환적항이자 전략적 물류 거점이다. HMM은 2017년 이 터미널을 인수했다.
◇초코파이 가득 실으면 70억개… 에펠탑보다 길어
‘세계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번 선박의 위용은 대단하다. 종전 최대 컨테이너선은 MSC사에서 보유한 208TEU급이다.
HMM에 따르면 알헤시라스호에 실을 수 있는 가로 6m,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2만4,000개를 일렬로 이으면 144㎞로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직선거리에 해당한다. 또 이 배에 초코파이만 싣는다면, 전 세계 인구가 1개씩 먹을 수 있는 총 70억개를 실을 수 있다. 라면은 5억5,000만개로,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 4일동안 라면만 먹어도 될 정도의 분량이다. 선박의 길이는 399.9m로 여의도 63빌딩(264m)과 파리의 에펠탑(320m)보다 길다.
큰 규모에 비해 승무원은 기존에 운영되던 3,000~4,000TEU급과 같은 23명으로 운항 가능하다. 연료비 절감효과와 비용 원가 경쟁력이 최적화 된 선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배재훈 HMM 대표는 “이번 초대형선 확보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협력을 통해 글로벌 선사들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재건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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