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6.4%↓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2분기가 더 암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성장률 쇼크’가 본격화됐다.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1.4%(전기대비)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특히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었다. 선진국 경제가 본격 침체에 빠질 2분기에는 성장 지표가 더 악화될 거란 공포도 커지고 있다.
◇1분기 소비, 외환위기 이후 최악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4% 감소했다. 이는 분기 성장률 기준으로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였다. 특히 민간소비는 자동차ㆍ의류 등 재화, 음식ㆍ숙박ㆍ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크게 줄어 6.4%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정부소비(0.9%), 설비투자(0.2%), 건설투자(1.3%) 등은 겨우 마이너스는 피했지만 전 분기보다 성장률이 낮아졌다.
생산 측면에서도 주력 산업인 제조업(-1.8%)과 서비스업(-2.0%) 모두 부진했다. 특히 서비스업 성장률은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세계 각국의 이동 억제책과 교역 저조 등 여파로 운수업(-12.6%)이 가장 많이 위축됐다. 일상 소비와 직결된 도ㆍ소매 및 숙박ㆍ음식업(-6.5%), 문화 및 기타 서비스(-6.2%), 의료ㆍ보건ㆍ복지서비스(-5.2%) 등도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수출 1분기는 호조 보였지만 2분기 전망은 암울
내수에 비해 수출 감소세(-2.0%)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다. 자동차ㆍ기계류ㆍ화학제품 등이 줄었으나 반도체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오른 가격 덕을 보며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 내수 위축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4.1%)하면서,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결과적으로 성장률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간부문이 위축되면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민간부문의 성장률 기여도는 -1.5%포인트로 추산된 반면, 정부부문의 기여도는 +0.2%포인트였다. 이는 추경이 아니라 기존 예산을 앞당겨 집행한 결과로, 추경의 본격 효과는 2분기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출은 2분기 전망이 더 암울하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2분기 들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특히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축소하게 되면 내수 경제의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내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민간부문의 경기 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여러 대책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버티다가 하반기 이후 세계 상황이 개선되면 (성장률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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