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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제작, 살인ㆍ내란죄처럼... 공소시효 없애고 끝까지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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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제작, 살인ㆍ내란죄처럼... 공소시효 없애고 끝까지 추적한다

입력
2020.04.23 17:07
수정
2020.04.23 19: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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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성착취물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해도 처벌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박사방의 주범 조주빈이 검찰로 송치되는 상황에서,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박사방의 주범 조주빈이 검찰로 송치되는 상황에서,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성년자 등 성착취 영상을 제작ㆍ유포한 ‘n번방’ 사태의 재연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관리ㆍ단속ㆍ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행위는 내란ㆍ살인죄와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폐지되며,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마약 사건에서나 활용되던 ‘잠입수사’를 실시하게 된다.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 영상을 구매하는 경우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ㆍ확정했다. 인터넷 플랫폼이 급속도로 바뀌고 이에 맞춰 범죄 수법도 진화함에 따라, ‘오프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대응ㆍ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인식에서다.

일단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대상이 확 넓어지고 형량이 크게 높아진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등을 제작하는 범죄는 끝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공소시효를 폐지키로 했다. 현행 법 체계상으로는 내란ㆍ외환죄, 반란죄, 강간살인, 살인죄 등 매우 소수의 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행위를 그만큼 중하게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관련법에서 법정형을 상향하는 쪽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검찰은 구형량을 늘리며,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신설해 형량을 상향하기로 했다. 다수가 성폭행에 가담하는 합동강간죄, 미성년자 성폭행죄의 경우는 실제 범행이 없더라도 준비만 하는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포함된다. 현행법상 예비ㆍ음모 행위까지 처벌하는 경우는 내란죄, 외환죄, 통화위조죄, 살인, 강도 등으로 아주 제한적이다.

디지털 성범죄가 폐쇄된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관련 범죄를 수사ㆍ단속하는 과정에도 특례를 주기로 했다. 통상 범죄 수사에서는 수사관이 신분을 위장해 범죄자와 접촉하는 ‘잠입수사’가 이뤄지지 않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마약 수사와 마찬가지로 잠입수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범죄를 신고하는 경우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근거도 만들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의 제작ㆍ유통 행위를 통해 얻는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방안도 강화된다. 지금은 범죄 수익을 몰수ㆍ추징하려면 관련 범죄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하지만, 검사가 법원에 범죄 수익 몰수ㆍ추징을 별도로 청구하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신속하게 범죄 수익을 빼앗을 수 있는 방안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동과 청소년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령 강화도 추진된다. 우선 상대방이 동의를 했더라도 강제적인 성관계로 간주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기준 연령이 현재의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된다. 다른 주요국의 의제강간 기준연령은 △일본 13세 △독일 14세 △영국 16세 △미국 16~18세 등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유인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별도의 죄로 간주해 처벌하는 규정도 신설된다.

불법 영상물의 유통을 감시ㆍ통제해야 하는 인터넷 사업자의 의무도 확대된다. 현재 불법 영상물 발견해 삭제 의무가 부과되는 사업자는 웹하드 업체로만 한정됐으나, 앞으로는 모든 인터넷 사업자로 의무가 확대된다. 현재 판례가 ‘영상을 다운로드한 경우’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최근에는 실시간 재생하는 스트리밍으로 성착취물을 접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상황을 고려, 성착취물을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손볼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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