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연구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향해 “제3세계 같다”고 맹비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미국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저개발 국가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혹평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조만간 ‘제2의 대공황’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안전망은 불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선진국 중 ‘건강 불평등’이 가장 큰 나라라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수개월 내 미국의 실업률이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한 뒤 “미국의 실업보험은 매우 약해서 사람들은 그것에 의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20일 컬럼비아대 빈곤사회정책연구소는 미국 실업률이 30%에 달할 경우 2,100만명의 새로운 빈곤층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실한 실업급여 제도가 되레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내놨다. 가령 코로나19 환자에게 10일간 유급병가를 주자는 공화당 제안은 “나쁜 선례”라고 단언했다. 노동자들이 적은 돈을 받고 잠깐 쉴 뿐, 아픈데도 일을 나가야 된다는 얘기여서 부적절한 사회안전망이 질병을 퍼뜨리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2의 대공황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 마디로 말해 그렇다”며 “우리가 올바른 정책 체계를 가졌다면 쉽게 피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대통령)와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맡겨놓는다면 대공황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F학점’을 줬던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후에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왔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으로 백악관 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담당 부서가 없어지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이 깎였으며, 그 결과 진단 키트 및 마스크 등도 부족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데믹에 맞서려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지만 트럼프는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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