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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구종 장착 중인 이영하, ‘커브 장인’들이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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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구종 장착 중인 이영하, ‘커브 장인’들이 돕고 있다

입력
2020.04.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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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이영하.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이영하. 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 연습경기. 선발 이영하는 3회 1사에서 이형종을 상대로 초구 커브를 던졌다. 구속은 시속 101㎞이었고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이날 최고 구속 150㎞까지 찍었던 이영하가 전혀 다른 구질의 공을 던진 것이다. 다음 공은 바깥쪽 낮게 슬라이더를 떨어뜨리면서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후 이영하는 타자와의 수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면서 삼진까지 솎아냈다.

‘파이어볼러’ 이영하(23ㆍ두산)가 ‘느린 구종’ 장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 시즌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다승 2위(17승)에 오르고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는 등 토종 에이스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본보와 인터뷰에서도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공이다. 빠른 공에 자신감이 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이영하는 빠른 공만으로는 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영하는 “빠른 공(직구, 슬라이더)만 던지다 보니 4, 5회가 되면 타자들과의 수 싸움이 쉽지 않다”면서 “유희관(34) 선배에게 느린 커브를 배우고 있다. 잘 배워서 많이 던지고 싶다”고 했다. 이영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꾸준히 커브를 실험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에도 커브를 던지긴 했지만 구사율이 2%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런 이영하를 위해 팀 내 커브 장인들이 도우미로 나섰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과 현역 시절 ‘커브 마스터’로 불렸던 김원형(48) 투수 코치기 특급 도우미다. 유희관은 스프링캠프 기간 커브에 대해 이영하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커브는 상대 타이밍도 뺏지만,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체력관리도 되는 구종”이라며 “(이)영하는 올해도 팀을 이끌 영건이다. 빠른 구질을 잘 던지기에 커브가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12 to 6 커브’ ‘폭포수 커브’ 등으로 유명했던 김원형 코치 역시 이영하를 돕고 있다. 김원형 코치는 “‘커브볼러’가 되라는 게 아니다. 확실한 제구를 통해 ‘이영하가 커브를 던진다’는 걸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팀 내 선배인 이현승도 지난 2015년 느린 커브를 앞세워 18세이브(3승1패2홀드), 2016년 25세이브(1승4패2홀드)를 올리며 두산의 뒷문을 단속한 적이 있다. 당시 이현승의 커브 평균 구속은 96~98㎞였다.

관건은 제구와 밸런스 유지다. KBO리그에서 느린 커브를 시도한 선수는 여럿 있다. 하지만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지 못하거나 △커브를 던진 후 다음 공을 던질 때 밸런스를 잃어버리면서 느린 커브 장착에 실패하곤 했다. 이영하의 커브가 올 시즌 연착륙할지 주목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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