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전담해온 감염병 전담병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일반 병상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50명 미만으로 유지될 경우, 정부는 신종 코로나 치료를 위한 전국 병상 규모를 현재 7,500여개에서 5월 이후 1,500~2,300개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신규ㆍ기존 확진자 수가 줄면서 병상이 많이 비었기 때문이다. 현재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의료원들은 지역 의료체계의 중추여서 이들의 역할을 정상화할 필요도 있다. 다만 정부는 이들 병원에 설치된 임시 시설물을 유지하고 재가동 계획을 수립해 위기상황에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재가동할 계획이다.
실제로 현재 격리돼 치료를 받는 확진자 규모는 집단유행이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에 비하면 급감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이날 오전 0시 기준 전날 같은 시간보다 8명 늘었다. 신규 환자 규모는 6일째 20명 이하를 기록했다. 누적 환자는 1만702명이나 이미 8,411명이 격리 해제됐다. 격리 중인 환자는 2,051명으로 지난달 13일(7,402명)의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박능후 중안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격리 중인 확진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일부 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다소 떨어졌고, 일반 환자들에 대한 진료 공백 등도 우려된다”라면서 감염병 전담병원 단계별 축소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신종 코로나의 재유행을 피할 수 없으며 현재로서는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 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원히 국경을 봉쇄하지 않는 한 신종 코로나는 언제든 유행이 가능하고 새로운 감염원은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 시기에 찾아오는 감기처럼 유행을 피할 수 없다고 일단은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은 “위기단계 하향 조정에 대한 논의는 공유된 바가 없다”라며 “신종 코로나의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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