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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야 할 건 ‘조직 문화’가 아니라 ‘조직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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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야 할 건 ‘조직 문화’가 아니라 ‘조직 설계’다

입력
2020.04.24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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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버니바 부시(맨왼쪽). 흐름출판 제공
1940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버니바 부시(맨왼쪽). 흐름출판 제공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라는 뜻의 ‘룬샷(loonshot)’은 물리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인 저자가 고안한 단어다. 부푼 기대 속에 많은 것을 투자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뜻하는 ‘문샷’과 대비되는 룬샷이란, 한마디로 ‘미친’ 아이디어라고 손가락질 실컷 받고서도 전쟁, 질병, 비즈니스 등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끌어내는 걸 뜻한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잡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버니바 부시가 대표적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부총장이었던 그는 1940년 과학연구개발국이라는 신설 조직의 책임자가 돼 레이더 기술 등 당시만 해도 ‘쓸모 없는 아이디어’로 취급받던 것들을 군대에 적용, 미군의 태평양전쟁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룬샷

사피 바칼 지음ㆍ이지연 옮김

흐름출판 발행ㆍ468족ㆍ1만8,000원

문제는 룬샷을 어떻게 발견, 육성하느냐다. 저자는 조직 ‘문화’의 혁신보다 조직 ‘구조’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좀 어렵게 말하자면, 얼음과 액체 상태의 물이 공존하는 ‘상전이’의 경계에서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의 상태가 압도적이지 않은 채 순환하는 ‘동적평형’을 유지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가 그랬다. 연구진과 군 관계자들을 분리하되 소통하는 조직으로 설계했다. 과학적 원리를 토대로 한 저자의 주장이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구체적 사례가 이어져 술술 읽힌다. 물리학 법칙에 따라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저술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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