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제한 여부 별도 심사 없어
인수작업 속도 낼지는 불투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다. 자본 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독자적으로 회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기업결합을 신청한 지 6주 만에 ‘초고속 승인’을 내린 것이다. 다만 제주항공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터라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공정거래법상 ‘회상이 불가능한 회사’로 인정돼 제주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는 시장점유율 등을 따져 경쟁이 제한되는지를 따지는데, 회생불가회사의 경우는 별도 심사 없이 승인이 가능하다. 기업결합을 막아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 당하는 것보다 다른 회사에 인수돼 회사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것이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자본 잠식 상태였다. 지난달 말부터는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 상태에 돌입했고, 현재 300명 내외의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해외 시장 중 경쟁 제한성 평가가 필요한 태국과 베트남에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 승인까지 마무리되면 제주항공은 산업은행 등 금융 당국이 지원하는 1,500억∼2,000억원을 토대로 잔금 납부 등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주항공도 유동성 부족 상황에 처한 상태라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서다.
한편 공정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해주기도 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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