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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코로나 방역처럼] 배달로봇ㆍ안면인식 결제 속속 도입… ‘언택트 인프라’는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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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코로나 방역처럼] 배달로봇ㆍ안면인식 결제 속속 도입… ‘언택트 인프라’는 요원

입력
2020.04.2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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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불투명한 미래, 꼼꼼히 대비하라 

'언택트 시네마' 서울 CGV여의도에서 한 관객이 픽업박스를 열고 미리 주문해둔 음료를 꺼내고 있다. CJ CGV 제공
'언택트 시네마' 서울 CGV여의도에서 한 관객이 픽업박스를 열고 미리 주문해둔 음료를 꺼내고 있다. CJ CGV 제공

서울 CGV여의도는 지난 20일부터 ‘언택트(비대면) 시네마’를 표방하고 나섰다. 상영 시간표나 상영관 정보는 자율주행 로봇 ‘체크봇’에게 물어보고, 극장에 들어갈 땐 티켓을 기기에 대기만 하면 된다. 간식거리는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앱)으로 주문해뒀다가, 상영관 입구 근처 ‘픽업박스’에서 꺼내갈 수 있다. CJ CGV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언택트 시네마 도입을 서두르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오대식 CJ CGV 스마트혁신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관객들의 비대면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며 “언택트 서비스는 모든 산업에서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는 언택트 트렌드의 기반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다. 기업들은 ICT를 활용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먼 미래로만 여겼던 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있다. 곧 일상이 될 4차 산업혁명에 꼼꼼히 대비하는 나라가 미래의 주도권을 쥘 게 분명하다.

 

 ◇고객 최접점에 사람 아닌 기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1일 현대엘리베이터와 손잡고 건물 내 배달로봇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음식을 나르는 로봇을 연내 숙박업소 1곳, 업무시설 1곳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월부터 배달로봇을 음식점에 대여해주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도입 매장을 200여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편의점 CU는 이달 초 한양대 서울캠퍼스 내 2개 점포에서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 페이’를 시작했다. 은행 지점에 얼굴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이 매장에선 얼굴이 ‘지갑’이 된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 관계자는 “미래 결제 시스템으로 개발해왔는데, 비접촉 선호 경향이 확산됨에 따라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고객과 대면하는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테스트에 머물렀던 배달로봇과 안면결제 기술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선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온 기업들은 사회 전체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로봇의 역할은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매장에서 받아다 집까지 전달해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막상 로봇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면 걸림돌이 수두룩하다. 현행법상 차도 이외에는 다닐 수 없는 데다 도로턱 같은 장애물도 널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로봇이 상용화하려면 사회적 인프라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전했다.

해묵은 정보격차 문제도 비대면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은 경제 활동 관련 온라인 이용률이 다른 세대보다 최대 3.3배 떨어진다. 이대로라면 ICT가 도입된 스마트쇼핑이 빠르게 확산될수록 고령층은 변화에서 소외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에서 배달서비스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가 시험운영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에서 배달서비스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가 시험운영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 내 편의점 CU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 내 편의점 CU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드론택배·원격의료는 언제쯤 

CJ대한통운은 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기술연구소를 만들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언택트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 화물은 로봇이 다루고, 직원은 스마트 안경과 파워수트를 착용하는 미래형 물류센터로 변신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에선 한 발 더 나아가 ‘드론 택배’까지 활약하고 있다. 미국 기업 집라인은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진단용 검체를 드론에 실어 병원으로 배송했다. 중국에서도 드론이 코로나19로 격리된 주민에게 생활용품을 날랐다.

의료산업의 변화 또한 뚜렷하다. 영국에선 1차 병원의 진료가 원격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프랑스에서도 원격의료 이용 건수가 증가세다. 2018년 유럽위원회에서 2021년 50조4,700억원으로 예측한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드론 택배나 원격의료도 모두 요원하다. 정부의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따르더라도 드론이 의료용품을 싣고 자율비행이 가능해지는 건 2025년 이후다. 원격의료 허용 법안은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생소한 위협에 노출된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가 물류 현장에서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는 용도로 개발 중인 로봇팔.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가 물류 현장에서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는 용도로 개발 중인 로봇팔. CJ대한통운 제공
경북 칠곡군 왜관2차산업단지에 있는 화신정공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 내 스마트 생산라인. 화신정공 제공
경북 칠곡군 왜관2차산업단지에 있는 화신정공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 내 스마트 생산라인. 화신정공 제공

 ◇“스마트공장은 코로나19에도 풀가동” 

스마트공장의 경우엔 코로나19 여파에서 예외다. 자동차부품 기업 화신정공은 코로나19에도 생산라인을 풀가동했다. 연말까지 주문 물량도 이미 확보했다. 자동화율이 68%에 이르는 스마트공장 덕분이다. 김철우 화신정공 전무는 “세계 공급망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단가는 높지만 안정적인 스마트 생산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요 공정을 전산화·자동화한 아주화장품 역시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영업에 제약을 받는 동안에도 신규 바이어를 유치했다. 정창균 아주화장품 차장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생산, 품질과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거래처에 신뢰를 줬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스마트공장의 경쟁력은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의 대중화는 걸음마 단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약 6만8,000개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곳은 1만2,000여개에 그친다. 기업들은 확산이 더딘 이유를 교육과 인력 부족에서 찾는다. 현업에 바로 투입할 직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원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교육을 특정 전공 중심의 수직적 틀에서 벗어나 전 분야에 수평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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